질풍노도
비구나와 친구
중학생 시절, 나는 뜬금없이 출가를 꿈꾼 적이 있다. 세상사와 복잡한 인간관계가 버겁게만 느껴지던 어느 날이었다. 번잡한 일상과 앞으로 다가올 미래가 겁났고 막막했다. 그때마다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저 조용한 산사에서, 나를 내려놓고 살아가면 어떨까.’
불교에 대한 깊은 신념이나 거창한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단지 그곳이 아주 조용하고, 아무도 내게 묻지 않는 곳일 것만 같아서, 나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한 번은 그 마음을 중학교 친구에게 털어놓은 적이 있다.
“나 비구니나 될까?”
라고 말했다. 그러자 친구가 장난스럽게
“비구나가 뭐야?”
라고 물었고, 나는 곧장
“비구나가 아니고, 비구니나 돼 볼까 하는 거야!”
하고 답했다.
그 친구는 그 말을 장난처럼 ‘비구나’로 잘못 듣고, 별명처럼 가끔 ‘비구나’라고 부르며 장난쳤다. 그 장난 덕분에 나는 그 시절 질풍노도의 시기를 조금은 가볍게 넘길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시기에 나를 알아주고, 판단하지 않고, 이해해 준 친구가 있어서 참 다행이었다. 누군가가 내 마음을 가볍게 받아준 덕분에, 나는 내 안의 고민들을 조금씩 녹이며 성장할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의 막연한 출가에 대한 동경은 복잡한 감정의 피난처였던 것 같다. 아무것도 묻지 않는 세계에서 잠시 숨을 돌리고 싶었던 어린 나의 마음. 친구의 가벼운 농담과 웃음 덕에, 그 생각은 조용히 내 안에서 녹아내렸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가끔, 세상과 자신으로부터 잠시 멀어지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 한 번쯤은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을 가져보기도 한다. 그리고, 그 고민을 털어놨을 때 가볍게 웃어줄 누군가가 있다면,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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