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어리. 치유, 기억, 회복
#1부 달과 자취방
유난히도 크고 밝던 달이,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것만 같은 달이
온 세상과
작고 어두운 자취방의 깊숙한 안까지 가득 채우며
세상과 나의 경계마저 허물고 나를 감싸 안았다.
그 빛 아래 나는 현실의 무게를 잠시 잊고
이 순간으로 빠져들고 싶었고 ,
어느새 달빛에 취해 잠이 들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난 걸까?
눈을 뜨니 깜깜한 내 방, 머리맡 위에는
색동소매 옥색두루마기를 입은 아기동자가 있었고 창문으로 힘을 잃은 달빛이 가늘게 새어 들어왔다.
다시 확인한 눈빛, 먼저 간 복학생 동기였다.
그 모습은 영혼의 메시지를 전하는 듯했지만,
동시에 나의 내면 깊은 곳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2부. 아기동자와 이별
유난히도 밝고 큰달이
나의 자취방을 채운 그날밤
색동소매 옥색두루마기를 입은 아기동자가
내 머리 앞에 앉아있었습니다.
눈빛과 청량한 한복,
이 세상이는 아니었습니다.
얼마 전 떠난 동기,
할 말이 있었을까요?
남아 있는 이들의 죄책감 앞에
그 모습은 잠깐의 위로였을까요?
아무 말 없이 귀뚜라미 소리와 차가운 새벽 공기 속으로 조용히 사라졌습니다.
슬픈 안녕이었지만
어쩌면 다시 환하게 태어난 영혼이
남아있는 이들을 위한 작은 인사였는지도...
3부. 아기동자에게
밝은 달빛에 빠져 있는 날,
고운 새 옷 입고 찾아온 너.
'너도 마지막 큰 한숨 쉬고 잠시 쉬었다 갔을까?'
저 큰 달빛이 서쪽으로 기우니
긴 의식도 무의식도,
쉼과 거리에 멈추는 순간이 온다..
'오늘이 어제인지 내일인진 몰라도
곧 새벽은 다가오리라..'
"고생 많았다. 동기야.. 이제는 편히 쉬길.."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헤아릴 수 없는 귀뚜라미의 울음 속에도
어느새 한숨이 섞임을 눈치채면
또 다른 눈이 아무도 모르게 떴다.
얼마나 지났을까?
동기가 사라진 자리에는
쓰러져가는 달빛과
익숙한 새벽 공기, 잔잔한 귀뚜라미 소리가
아무런 일도 없다는 듯 말하지만
회상과 받아들임 , 위로가 번갈아 여전히 흔든다..
"친구야,
언제나 내일이 있는 곳에서
원망도 아픔도 없는 평화로운 세상에 태어나
너의 꿈을 이루길... "
4부. '한'과 기다림 , 이 땅에 살아남아있는 이에게.
해지도록 멈춰지지 않아 가슴이 먹먹해지도록
울어본 적 있으신가요?
아프고 억눌린 슬픔은 한이었습니다
잊지 말고 가끔씩
언덕 너머 의자들을 찾아다녔습니다.
"쉼 "과 함께하고 밤이 되어 내려왔습니다.
내일도 모레도. 찾아갔습니다
그다음 날, 힘들면,
언덕을 찾지 않고
근처 의자에 앉아서
이틀밤을 쉬면서 "쉼"을기다릴 것입니다
또 그다음 날, 힘들면
의자를 찾지 않고
사흘밤을 쉬며 '"쉼"을 찾아볼 것입니다
내 시간은 잠시 멈췄지만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천천히 갈게요. 먼저 가세요...
5부. 감정을 쏟아내는 시간의 의미
너무 아팠던 고통 속에 남은 후유증을 들여다보니
억지로 감사하라, 괜찮다, 재촉하는 세상에
상처가 깊어 쉽게 헤아리기도 메워지지도 않았어요.
휩쓸리지 않고
아파할 소중한 시간을 존중해 주는 것이
진정한 위로이자 회복의 시작인데…
나의 24시간에
언제라도 감정이 밀려오니
찾아오면 억지로 보낼 수 없기에 함께합니다
어쩜 영원히 품을 한이 되더라도…….
오늘도
언덕 너머 평범한 길 옆, 그늘 아래
조용한 의자 하나를 찾아 혼자서 가려합니다
거기서 바람과 새, 강을 볼 거예요.
어쩜 수달도 새끼두꺼비도 볼 수 있을지 몰라요..
#한 #회복 #위로 #치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