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입양기

책임 :반려견

by 별헤는 고양이


어느 날, 할머니가 내게 물으셨다.
“강아지 키울래?”
두 귀를 의심하게 한 상상도 못 했던 일, 할머니께서 선물을 주신다니, 이건 너무 뜻밖이다.
“네. 어머나! 빨리 데리고 와서 같이 살아요. 나랑 같이 자면 돼요. 지금 어디에 있어요? 내가 잘 키울게요. 어디에 있어요? 나도 같이 데리러 가요”

"지금은 없어 당장은 안돼."

"그게 뭐야. 지금 없는데 어떻게 나중에는 돼?

어디 놀러 갔어요? 정말이에요?"


할머니는 웃으시며
“네가 키우자 했으니 엄마한테 말 잘해라.”
나는 걱정 마시라며 단숨에 허락을 받아오겠다고 큰소리쳤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나도 강아지는 오지 않았다. 조바심이 나 왜 못 데리고 오는지 궁금해 여쭈니, 할머니는 “아직 뱃속에 있다 몇 달만 더 있으면 돼 ”라고 하신다.

너무 신기하기도 하고 매우 설렜다. 언제 강아지가 태어나는 걸까? 그날부터 하루하루가 길게 늘어졌다. 매일같이 “언제 나와요?” 하고 졸랐다.

시간이 흘러 잊힐 무렵 , 다시 여쭈었을 때, “아직 엄마 젖을 먹어야 돼. 젖을 떼야 데리고 올 수 있어”는 답이 돌아왔다. 시간개념이 명확하지 않은 아이에게 기다림은 깊어지다, 슬슬 포기하고 잊기로 할 때쯤

할머니가 다급히 말씀하셨다.

“이제 곧 데리고 올 텐데, 너는 엄마 허락 꼭 받아야 돼"

엄만 데려 오라고 할 거야 , 앞집에 도둑이 들었다 하던데 우리 집에도 개가 필요해. 할머니가 마실 가면 나는 무서워."

“생명은 그냥 데리고 오는 게 아니란다. 네가 책임지고 키울 거니까, 성의를 표시해줘야 하는 거야."

“나. 근데 천 원 좀 안될 것 같은데 내가 있는 거 다 드릴게?" 얼마 전 생일 때 막내 고모가 주신 500원을 안 쓴 게 다행이었다. 근데, 평소에는 많은 걸 나누는 이웃인데 왜 돈을 드릴까?

“왜냐하면 그래야 강아지 엄마도, 네가 우리 아이 잘 키워줄 거라고 믿고 보내줄 거야". 하셨다.


며칠 뒤, 할머니는 막걸리와 새우깡을 챙기며 말했다.
“오늘 김천댁에 가서 데리고 오련다. 네가 잘 키워야 돼"

“ 너 밥 잘 주고 똥 잘 치울 수 있어?"

“내가?"

“약속 안 하면 안 데리고 온다. 할머니는 잠시 웃으시고, 깊고 자상한 목소리로
“정성과 공이 없으면 너는 못 키운다. 너를 믿고 그 애가 오는 거야.”하시며 가셨다.


그때는 몰랐다.
왜 할머니가 “생명은 그냥 데려오는 게 아니란다”라고 하셨는지.
왜 내 쌈짓돈을 보태야 한다고 하셨는지.


그날 학교 수업 시간 내내, 내 머릿속은 집에 있을 강아지의 모습으로 가득했다.

방과 후 집에 도착했을 때, 할머니는 계시지 않았지만 이불 밑에서 작은 부스럭거림과 ‘낑낑’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살며시 이불을 들어 올리니, 갈색의 낮은 코와 둥근 얼굴을 한, 아주 작은 강아지가 따뜻한 색동이불 아래서 졸고 있었다.

그 아이는 졸린 눈을 비비며, 힘겹게 일어서려고 애쓰다가 내 품에 조심스레 안겼다.

그 순간, 오랜 기다림과 설렘, 그리고 할머니가 해주신 말이 한꺼번에 떠올랐다.


'이렇게 작은 생명을 내가 엄마와 이별을 시켜서

데리고 오라고 했구나. 어쩌나 , 이 아이는 이제, 나와 우리 식구와 평생을 함께할 가족이고 내가 지켜줄게 ' 그 작은 발과 손이 맞다자 강아지와 나는 특별한 고리를 가진채 새로운 행성 도착하였고 우리 주위에는 특별한 공기와 힘이 감돌았다.


이제야 안다.

그것은 단순히 값을 치르는 뜻이 아니라,

‘책임’이라는 이름의 문을 열어 , 소중한 생명에 대한 정성, 희생, 약속의 값을 치르는 것이라고...


강아지에게도 분명, 엄마와 형제들이 있었고,

엄마개에게 마음을 이어받아 잘 키워줄 거라는 믿음의 징표를 전달해야 함을...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그저 귀엽고, 함께 놀고 싶어서 원했지만


그날 내가 품에 안았던 귀한 작은 생명의 무게가 이후 내 마음을 어떻게 단단하게 만들었는지,

그리고 그 작은 심장이 내 삶의 한가운데에서

영원히 뛰게 될지를 그땐 전혀 몰랐다.

"에필로그": 내리사랑

아빠는 강아지가 조금 커지자 더 일찍 일어나시고

더 부지런해지셔야 했다.

아침마다 삽질 소리가 들렸고. 가끔씩은 "요놈" "깨껭깽"소리가 뒤섞여 들여오곤 했고.

계절이 바뀌어질 때마다 , 우리 화단과 마당에는 때아닌 거대한 민들레 털뭉치들이 날아다니고 ,

그의 짖음 소리도 더욱 용감해졌고

변도 좀 더 거대해지고 더 많아졌다.


한 때 그 녀석이 좋아하는 신발은 신발장에 잘 감춰야 조용한 날을 맞이할 수 있었던 적도 있었지만 , 우리 식구는 누렁이의 모든 변화를 사랑했고 , 누렁이로 인해 분명히 많이 행복해졌다.


#반려동물 #입양 #책임 #정성과 공 #막걸리와 새우깡 #강아지






keyword
작가의 이전글돌수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