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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볕뉘 Sep 14. 2024

밤 9시 주부들의 은밀한 모임!

저녁 8시 50분 스마트폰 알람이 울린다.

독서 모임 pages 온라인, 책 낭독 모임, 저녁 9시의 위로다.

밤 9시, 잠자리에 들기 전, 컴퓨터 앞에 앉는다.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휴대전화 너머로, 또 다른 세상이 열린다. 그곳에는 같은 시간, 같은 책을 읽고 있는 주부들이 있다. 우리는 매일 밤, 줌(Zoom)이라는 가상공간에서 만나 서로의 목소리로 책을 읽는다.

낮 동안 끊임없이 돌아가던 일상의 시곗바늘이 멈추는 순간이다. 일을 끝내고 돌아와 아이들 재우고, 설거지하고, 남편 챙기고… 쉴 새 없이 움직이던 손과 발을 멈추고, 마음 편히 책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 이 시간만큼은 나를 위한 시간이다.

책장을 넘기는 소리, 종이가 부드럽게 넘어가는 소리, 그리고 서로 다른 목소리로 읽어나가는 글귀들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낸다. 마치 한 편의 동화를 읽는 듯하다. 때로는 잔잔한 감동에 젖어 눈시울을 적시기도 하고, 때로는 유쾌한 이야기에 함께 웃기도 한다. 아름다운 오케스트라처럼 각자의 목소리로 한 편의 멋진 곡을 연주하는 것 같다.

책 속의 주인공이 되어 함께 울고 웃으며, 우리는 서로에게 위로와 공감을 건넨다. 오늘 하루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며, 각자의 삶을 나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지만, 책을 통해 하나가 되는 경험은 우리에게 큰 위안이 된다.

책은 우리에게 다양한 세상을 보여주고, 새로운 생각을 하게 한다. 때로는 힘든 현실을 잠시 잊게 해 주고, 때로는 용기를 주기도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서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공감할 기회를 제공한다.

밤 9시, 온라인, 책 낭독 모임은 하루의 끝이자, 동시에 새로운 시작이다. 책을 통해 우리는 자신을 스스로 돌아보고, 성장하며, 더 나은 내일을 꿈꾼다.

어둠 속에서 빛나는 휴대전화 너머로, 우리는 서로에게 가장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오늘도 수고했어요. 감사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이 짧은 위로로 오늘 하루를 잘 살아냈다는 생각이 들고, 내일을 시작할 힘을 받는다.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우리는 외롭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우리는 각자의 삶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함께라는 사실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

처음 이 모임을 시작했을 때, 우리는 단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서로의 독서 경험을 공유하고 싶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의 모임은 단순한 독서 모임을 넘어, 새로운 세상을 향한 작은 모험이 되었다.

매달 새로운 독립 서점을 방문할 때마다, 우리는 마치 보물찾기 하는 듯한 설렘을 느낀다. 조용하고 아늑한 공간에 들어서면, 책장 가득 꽂힌 다양한 책들이 우리를 맞이한다. 책을 한 권 한 권 펼쳐보며, 저마다 다른 이야기와 세상을 만난다.

낯선 도시의 골목길을 따라 걸으며, 우연히 발견한 작은 카페에서 따뜻한 커피를 마시고, 함께 책을 읽는 시간은 우리에게 특별한 추억이 된다. 때로는 서로 다른 취향의 책을 추천해 주기도 하고, 때로는 같은 책을 읽고 감상을 나누기도 한다.

이 작은 여행을 통해 우리는 단순히 책을 읽는 것을 넘어, 서로의 삶을 공유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세상을 더 넓게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책은 우리에게 단순한 지식을 전달하는 도구를 넘어, 세상과 소통하고, 자신을 성찰하며, 다른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는 매개체가 된다.

매달 떠나는 작은 여행은 우리에게 쉼표와 같은 존재이다.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책과 함께 조용히 사색하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은 우리에게 큰 위로가 된다.

앞으로도 우리는 계속해서 책과 함께 떠나는 작은 여행을 이어 나갈 것이다. 새로운 도시, 새로운 서점, 그리고 새로운 책들과의 만남은 우리에게 끝없는 설렘과 기쁨을 선사할 것이다.

우리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책을 매개체로, 우리는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함께 성장해 나갈 것이다.

우리 모임 리더인 늘해랑 님, 야무지고 지혜로운 퍼플언니, 인자하고 다정한 맏언니 보리 언니, 우리의 재정을 책임지고 있는 총무인 소원 님, 자연을 사랑하고 삶을 사랑하는 그릿 한 언니, 요리를 사랑하고 일을 사랑하는 쑤니 님, 항상 바쁘지만 멋지게 살아가는 아네스 언니, 그리고 나 볕뉘.

8명의 대한민국 아줌마의 세상을 향해 외치는 작은 목소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관심 있으신 분들의 참여도 기다린다. 작은 용기만 있으면 분명 후회하지 않는 다른 세상을 경험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지만 서로가 서로를 알아주고 가족 이외에 또 다른 공감대를 형성하는 서로가 있어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이 모임의 회원님들을 나는 그 누구보다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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