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용구- 그럼에도 불구하고 → 그렇다.
비록 사실은 그러하지만, 그것과는 상관없이.
never·the·less [ˌnev ð les]
세상에서 좋아하는 단어를 꼽으라며 정말 셀 수도 없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어를 무척 좋아한다.
올여름은 유난히도 길고 뜨거웠다. 마치 지구가 숨을 헐떡이는 듯, 숨 막힐 듯한 열기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매일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고, 밤에도 열대야가 찾아와 잠 못 이루는 날들이 계속되었다. 밤낮으로 에어컨이 가동이 안 되면 못 살 것 같은 더위.
마치 지구가 우리에게 보내는 절박한 신호 같았다.
땡볕 아래, 모든 것이 녹아내리는 듯했다. 아스팔트는 뜨거워 발을 디딜 수 없었고, 나무들은 고개를 숙인 채 시름하고 있었다. 바람 한 점 없이 고요한 정적 속에서, 시간은 유난히 더디게 흘러갔다.
길고 뜨거웠던 이 여름에 사랑하는 사람을 가슴에 묻었다. 삶이 멈추었다. 나는 정지되어 멈추어 있는데 세상은 찬란하고 빛나게 돌아가던 여름. 마음속에 부정적인 생각들은 걷어내고 한 걸음 한 걸음 더디게 세상 속으로 걷고 있는 나 자신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오늘도 잘 살았다는 생각보다 오늘도 잘 버티어냈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던 시간. 일상의 고단함 끝에 무기력까지 함께 찾아왔다. 깊은 우울감이었다. 이런 우울감은 나의 체력을 밑바닥으로 끌어내려 놓기까지 하였다. 예민해서인가 도통 음식이 안 넘어갔다. 무엇인가를 먹고 싶은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배가 고프지도 않은 비현실 속에 나는 방관자로 그저 하루를 버티어 내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정말 삶과 죽음 사이에 영혼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나의 이런 모습을 속상하게 생각할 누군가의 마음을 생각하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병원을 찾아가 약을 먹고, 심리 치료를 받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조금씩 조금씩 제 자리를 찾는 기분이 들었다. 시작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좋은 건지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커피를 마시기 시작하고, 친구들을 만나기 시작하고, 책을 읽기 시작하고, 글을 쓰기 시작하고, 난 이렇게 나의 속도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시작을 하는 여름.
이 혹독한 여름 속에서도 나와는 반대로 생명의 움직임은 멈추지 않았다. 아스팔트 틈새를 비집고 나와 꿋꿋하게 피어난 작은 들꽃들을 보며 괜스레 나도 모르게 미소가 번지고, 땡볕 아래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는 나무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여름을 견뎌내고 있었다.
특히, 밤이 되면 어둠 속에서 은은하게 빛을 내는 반딧불이는 마치 희망의 불씨처럼 느껴졌다. 유독 한 여름 풀숲에서만 볼 수 있는 반딧불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는 말이 절로 떠올랐다. 혹독한 환경 속에서도 꽃은 피고, 곤충은 날아다니고, 생명은 계속해서 이어져 가는구나!. 마치 우리 인생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든 시기를 겪더라도 우리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성장하고, 발전해야 한다고.
때로는 삶이 너무나 고되고 버겁게 느껴질 때가 있다. 마치 끝없이 이어지는 폭염 속에서 숨이 막힐 것 같을 때처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살아가야 한다.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고, 실패하고 다시 도전하며, 우리 안에 있는 생명력을 끊임없이 이어 나가야 한다.
이번 여름, 나는 유난히 더운 날씨 속에서 작은 생명체들의 강인함을 보며 감동한다. 그들은 혹독한 환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며 나에게 용기를 준다. 마치 어둠 속에서 빛나는 반딧불이처럼, 우리 안에도 희망의 불씨가 꺼지지 않고 타오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가올 가을에는 어떤 풍경이 펼쳐질까? 뜨거웠던 여름이 지나고, 새로운 계절이 시작될 것이다. 이번 여름, 나는 혹독한 환경 속에서도 피어난 꽃처럼, 어둠 속에서 빛나는 반딧불이처럼, 끊임없이 성장하고 변화하는 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희망과 용기를 찾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살아가야 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행복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사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