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안개 속 작은 나무가 청초하다. 반질한 바탕에는 맑고 투명한 기운이 충만하다. 그 위에 거친 붓질로 서있는 나무는 겨울을 나는 들풀처럼 ‘여려’ 보이는데, 품고 있는 강인함을 감추지 못한다. 그래서인지 청초를 넘어 우아하고 숭고한 기운마저 감돈다.
초점이 나무에 조준되어 머무느라, 배경은 저 멀리 희미하게 물러선 듯 보인다. 사물의 형체가 사라져버린 투명한 공간이다. 그런데 빈(空) 공간의 느낌은 아니다. 공기로 충만하고 공기의 요동이 일으키는 운동이 느껴진다. 새벽녘 눈발을 머금은 지상의 차가운 기운과 막 동이 터 쏟아져 내리는 광열(光熱)이 어우러지느라 그럴 거다.
#화가 #형 #류장복 #그림대화
1월 26일 오전 11시 25분_oil on linen_45.5x37.9cm_2023/ Jangbok Ry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