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길게 드리운 그늘을 보니, 잘 자란 나무 탓도 있겠지만 해는 이미 진즉에 중천을 지났을 시간이다. 그런 줄은 아는지 모르는지, 하늘은 여전히 파랗고 순박한 구름도 한가롭게 떠있다.
온전히 서로를 탐닉하느라 몸을 포갠 두 사람 …… 부드러운 자리를 깔아준 그늘, 조금은 부끄러웠을 열정을 살짝 덮어주고 있는 것도 같다. 어디선가 날아들어 활공하는 종이비행기 …… 연인과 멀어지는 방향으로 날고 있지만, 금새 돌아서 그들 발치에 가만히 내려앉을 거 같다.
연인의 열정이 새삼 그리웠나, 집 창밖으로 옮겨다 (그려)놓은 작가의 심사가 문득 궁금하다. 창가에 늘어선 목각인형들은 저마다 창밖의 연인이 부러운 모양이다.
#화가 #형 #류장복 #그림대화
오후 3시_oil on linen_145.5x112.1cm_2020-22/ Jangbok Ry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