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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창복 Mar 27. 2023

나팔부는 사람

[그림대화] (12)

     발이 땅에 박혀있다. 아니, 대지(大地)로부터 솟구쳐 뻗어 올라왔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대양(大洋)에 발을 담그고 있는지도. 그런데 나팔수가 작은 아이인 게 분명한데, 웬일인지 우뚝 선 거인처럼 보인다. 배경의 면 분할이 일으키는 착시 탓인가. 


     구부려진 두 다리의 오금질, 아랫몸과 비스듬히 어긋나며 율동을 타는 윗몸, 쭉 뽑아낸 목에 밀려 내민 얼굴…… 나팔 불기에 제대로 심취한 모습을 보니, 흥겨운 나팔소리가 저절로 들린다. 


     담담하고 고요한 허공과 나팔수 신체 사이의 경계가 그리 명료하지 않다. 나팔수가 마치 파란 하늘의 구름인양 잔잔한 바람결에 떠다닐 것만 같다가도, 허공에서 ‘쓰윽’ 스며 나온 것 같기도 하고 …… 묘한 기분이다. 

     

나팔부는 사람_oil on linen_53x45.5cm_2023     

#화가 #형 #류장복 #그림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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