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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창복 Apr 28. 2023

아침

[그림대화] 35

     그림을 보는데 ‘소리’가 들린다. 매미가 운다. 시끄러울 정도로 울어댄다. 새벽부터 합창으로 울어댄다. 땅 속에서 무려 7년 동안 때를 기다리다가 마침내 세상을 나왔건만, 주어진 생의 시간은 한 달 남짓이라니 서러워 그리 울어대는 걸까?      


     뭐든 다 쪄낼 듯한 무더위가 보이는데도, 초록의 시원함이 허용하지 않는다. 저 나무들은 얼마나, 어떻게 살아왔기에 저리 품위 있게 우거질 수 있나. 하늘을 향해 장대하게 뻗어나가더니, 너르게 펼친 가지들 안쪽 너른 품 안으로 초록의 이파리들이 빼곡하다.      


     선반 위 자잘한 소품들, 저 시원한 그늘이 아쉬웠는지 다들 창가에 나와 서있다. 그늘 밑으론 못 가도, 이쪽에서 쳐다만 봐도 시원한 모양이다.      


#화가 #형 #류장복 #그림대화

아침, oil on linen, 90.9x72.7cm, 2014-18/ Jangbok R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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