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瑞氣)가 감도는 풍경이다. 대지가 뜨겁게 달궈지기 전, 한여름의 새벽이려나? 온통 초록의 틈에 ‘푸른’ 빛이 과하지 않게 감돌아 그런가, 화면이 맑고 투명한데다 서늘한 기운으로 가득하다.
화면 좌상 구석, 나뭇가지 사이로 빛이 새나온다. <낮달>이다. 새벽이 아니라 해질녘이구나. 해 떨어지는 걸 미처 기다리지 못하고 성급하게 떠오른 달이, 아직 훤한 숲속을 기웃대고 있다.
성급한 낮달의 빛을 받은 윗 계단이 달을 반기기라도 하는 듯, 활짝 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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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달 Moon in the daytime, oil on linen, 72.7x90.9cm, 2014-21/ Jangbok Ry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