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 가득, 연두의 향연이다. 어쩌면 이렇게 생동하는 색감일 수 있을까? ‘화사(華奢)’라는 말로도 다 담아내기 어려운 생기(生氣)다. 필시 하늘에 떠있는 태양이 부리는 조화련만, 태양 역시 그 연두의 세상에 잠기고 말았다.
내리 쏟아지는 <정오>의 젊은 태양은 바다의 생 살갗에 닿자 비로소 온통 물비늘의 반짝임으로 튕겨나며, 비로소 하얗게 제 존재를 드러낸다. 태양을 연두로 머금은 하늘, 태양으로 하얗게 코팅된 바다 사이에, 유유히 떠있는 일출봉은 낙원의 땅이 틀림없다.
창가 커튼도 태양의 조화(造化)를 수줍게 반기며 언뜻, 살랑거린다. 한 사람이 연두 속으로 달려간다.
#화가 #형 #류장복 #그림대화
정오_oil on linen_90.9x72.7cm_2014-23/ Jangbok Ry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