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발이 날린다. 바람이 세찬지 눈발이 허공을 떠다닌다. 땅에 떨어지다 솟구치기도 하고, 나뭇가지에 내려앉았다가 휘날리기도 한다.
잎이 다 떨어진 나무기둥과 가지들만 겨우 보인다. 나머지의 풍경은 모두 난무하는 눈발과 그 눈발이 휘저어놓은 온통 범벅된 공간에 함몰되고 말았다. 윤곽도 형체도 심지어 색채도 분간이 안 된다.
그런데, 실제 그 정도로 분간이 안 되었을까? 작가의 눈에 그렇게 보였을 수도 있고, 그렇게 보고 싶었을 수도 있었을 거다. 눈발이 일으키는 풍경의 난조(亂調)는 작가에게 정화(淨化)의 과정이었을 거 같다.
#화가 #형 #류장복 #그림대화
겨울, 앞산_acrylic, oil on linen_72.7x90.9cm_2023/ Jangbok Ry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