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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창복 May 27. 2023

여름동안

[그림대화] 58

     시원한 숲의 풍경이다. 가만 보니, 세 개의 단락이 연결되는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다.  색감도 조금씩 다른 것 같아 작가에게 물어 보았다. 역시나 (a)집 뒤 한여름 (b)집 앞 건너편 늦여름~초가을 (c)집 오른편 늦봄을 각각 그려서 나란히 한 작품으로 구성하였다고 한다.


     집 주위 3면 270도를 한꺼번에 그린 셈이다. 시간도 늦봄~한여름~가을 문턱에 이르기까지. 대상(인체)의 앞뒤측면을 한꺼번에 그린 입체파 피카소는 알고 있었는데, 그렇다면 이 작품은 ‘입체 풍경’이라 해야 하나? 시간대도 다르니 ‘입체 시공(時空)의 풍경’이 되는 셈인가?

     (a) 한여름 진초록의 풍경이다. 강인한 생명체의 기운이 넘친다. 이파리 하나하나 저마다의 욕망이 햇살 속에서 반짝인다. 파란 하늘도 아파리들의 떨림이 닿았는지 물결처럼 진동하며 흐른다. 구름도 물 위에 노니는 오리인양 한가롭다.

     (b) 여전히 찌는 더위지만,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공기가 반가운 걸 보니, 가을로 접어드는 모양이다. 이파리에 초록기가 슬슬 빠지고 갈색들이 드러날 채비를 한다.   

     (c) 흐드러졌던 꽃들도 얼추 지고, 여렸던 이파리들도 어느덧 진한 초록물이 배이기 시작한다. 옆집 처마 밑 그늘에 자리 잡은 길냥이 한마리가 평온한데, 강아지가 냥이를 보고 꽝꽝 짖어댄다.

  

#화가 #형 #류장복 #그림대화 #동네숲

여름동안, oil on linen, 90.9x218.1cm, 2016-22/ Jangbok R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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