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란하고 발랄하다. 다듬지 않아 더 저대로 자라 꽃을 피워내니, 화분 속 제라늄이라도 생기가 넘친다.
화분 뒤, 화분이 비친 거울에는 제라늄의 초록 이파리들로 꼭 찼다. 화분 옆, 화분을 그린 그림에는 울긋불긋 제라늄 꽃들이 범벅으로 아우성이다.
제라늄의 ‘원본’과 재현된 ‘가상’이 공존한다. 그 ‘원본-가상 공존’의 현장을 다시 캔버스 위에 가상으로 재현해 놓으니, 어느 것이 진짜고 어느 것이 가상인지, 도무지 알 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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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라늄, oil on linen, 90.9x72.7cm, 2020/ Jangbok Ry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