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의 첼리스트와 후면의 피아니스트가 겹치면서 만들어내는 화면 상단의 삼각형 구도가 편안하다.
고개와 함께 팔을 내려 활을 켜는 첼리스트, 고개를 들고 눈을 감은 채 흠뻑 젖어들어 첼로의 선율을 받치는 피아니스트 … 그 구도와 표정에서 묘한 ‘긴장과 호응’의 에너지가 전해온다. 두 연주자의 얼굴 모습에서 ‘호흡’이 느껴진다. 두 연주자의 예민한 손 동작에서 ‘소리’가 들린다.
첼리스트가 입은 자켓의 색상은 피아니스트의 그림자를 만들고, 피아니스트가 입은 원피스의 색상은 첼리스트가 빛을 받아내는 색이 되고 있다. ‘색’으로도 둘은 강하게 연결된 채 연주를 한다.
앗! 그런데, 그림 속에 그림이다. 화면 아래에 화려한 금빛 액자가 보인다. 첼리스트가 주인공인 그림의 일부가 그려진 것이다. 피아니스트도 다시 액자 속에 들어있다. 이 작품은 (첼리스트)그림을 그린 것이고, 그 그림 안에 또 (피아니스트)그림이 있었던 것이다. 잘 보면 피아니스트 그림 안에도 내용은 잘 보이지 않지만, 작은 액자가 또 하나 걸려있다. 액자가 만드는 반복되는 ‘직각’의 구도가 새삼 눈에 들어온다.
소설 속 소설을 ‘액자소설’이라고 하던데(이문열의 <사람의 아들>), ‘그림 속 그림’은 ‘액자그림’인가? 아무튼 작가는 벽면에 걸린 그림 속 파이니스트를 첼리스트와 동일 공간에 공존하는 것처럼 착시를 일으키도록 의도했다.
왜 그럴까? 다른 시간대와 다른 공간 속 존재를 현재의 존재와 병존시키는 것이고, 과거의 기억을 소환하여 현재에 존재하도록 하는 것인데 …… 그저 눈에 보이는 그대로의 재현에 갇히지 않고, 기억을 통하여 과거의 사건과 감정을 현재로 소환하여, ‘응시-음미’ 하는 것이겠다. 그래서 현재를 더욱 깊게 보고 사유하고 싶은 것 아닐까.
#화가 #형 #류장복 #그림대화 #첼리스트 #피아니스트 #액자그림 #기억
첼리스트 강, oil on linen, 40.9x27.3cm, 2020-21/ Jangbok R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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