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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지수 Oct 27. 2024

부원으로 배 타는 방법

부원으로 배 타는 방법     

만일 당신이 배를 만들고 싶다면 

사람들에게 목재를 가져오게 하고

일을 지시하고 일감을 나줘주는 

일을 하지 마세요.

대신 그들에게 저 넓고 끝없는 바다에 대한 

동경심을 키워주십시오.     

-생떽쥐베리     


 선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사관과 부원. 사관은 해양대학교 혹은 해양 고등학교를 졸업하거나 일반 대학교 졸업자는 오션폴리텍 교육을 수료하면 된다. 

 해양대는 4년제 대학으로 사관학교처럼 엄격한 통제와 정제된 교육을 통해 바다의 엘리트로 성장시킨다. 1년의 실습을 포함한 4년의 교육을 받고 삼등항해사, 삼등기관사가 자격을 받고 졸업한다. 해양고등학교는 고등학교 졸업 후 5등 항해사, 5등 기관사 자격을 부여받게 된다.

 선원을 꿈꾸는 독자 분들에게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오션폴리텍을 좀 더 자세히 알려주고 싶다. 오션폴리텍은 해양수산부에서 지원하는 학사학위가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1년짜리 프로그램으로 수업료 전액을 지원하고 심지어 약간의 생활비를 지급받는다. 오션폴리텍에는 서울 명문대를 갓 졸업한 사람부터 어느 정도 사회생활을 하고 인생의 2막을 준비하는 사람, 바다에 대한 꿈이 있는 중년까지 다양한 사람이 존재한다. 

 1년 교육 후 1년의 실습 과정을 거치면 3 항사, 3 기사 자격을 받을 수 있다. 내가 만약 20대 중반에 이 과정을 알게 되었다면 지원했을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선박조리사 교육을 받을 때 교육을 진행하는 팀장님이 나를 마지노선으로 나와 나보다 젊은 친구들에게 바다에 꿈이 있고 오래 있을 생각이라면 오션폴리텍을 지원해 보라 하셨다. 나도 교육 수료 후 소개과정이 있는 책자를 받았지만, 지원하지 못했다.

 특히 대학을 졸업하고 학사장교를 고려 중이거나 아직 군대에 가지 않은 분들은 더 흥미를 가졌으면 한다. 3년간 배를 타면 군대체복무도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면, 해기사 인력이 부족하다지만 오션폴리텍 수료증으로는 메이저 회사에 취직하기 쉽지 않다.(그나마 기관사가 좀 더 취직에 용이하다.) 출신 학교나 교육에 따라 안타깝게도 성골, 진골, 육두품의 단어를 비유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7개월간 배를 타며 오션폴리텍 출신 1 항사를 두 명, 3 항사를 한 명 봤다.(모두 해양대 출신 학생과 같이 젊고 스마트했다.) 역시나 이 세상에 불가능은 없다. 

 인터넷 검색창에 ‘국적부원’ 네 글자를 치면 부원이 되기 위한 거의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가장 상단에 검색되는 한국선원복지고용센터의 ‘신규 국적부원 양성’ 사업을 클릭한다. 

 부원은 한국해양수산연수원에서 시행하는 간단한 기초교육을 수료하면 배를 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선원복지고용센터에서 진행하는 신규 국적부원 양성사업은 큰 도움이 된다. 

 모든 배를 타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기초안전교육(신규)을 받아야 한다. 외항 선원이 되기 위해서는 선박보안중급 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후로는 선택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타고자 하는 배의 종류에 따라 액화가스탱커기초 교육과 여객선 기초교육 같은 특화 교육을, 조리사가 되고 싶다면 선박조리사 교육을 받아야 한다. 선박조리사는 신규와 경력 두 가지가 있는데 조리기능사와 주방 경력에 따라 나뉜다. 경력자 과정은 조리 실습 없이 하루만 교육받고 신규는 실습 포함 삼일을 교육받는다. 

 교육은 두 달 단위로 접수, 진행된다. 교육은 주로 부산에서 많이 열리고 목포, 인천 등 다양한 곳에서 진행된다. 조리원으로써 LNG선에 타기 위해 받아야 할 교육은 기초안전교육, 선반보안중급교육, 선박조리사교육 세 과목이었다.(조리사는 액화가스탱커기초교육을 받지 않아도 된다.) 난 당연히 교육을 내가 원하는 날짜에 원하는 곳을 골라 쉽게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한국해양수산연수원에 처음 접속해서 교육을 신청하려 했을 때 두 달 분의 기초안전교육(신규) 140석, 선박보안중급교육 90석, 선박조리사(신규) 교육 20석은 이미 다 차 있었다. 예약 대기를 하면 예약 대기 인원에 따라 강의가 개설되는데 나는 예약 대기 인원들로 이뤄진 기초안전교육을 목포에서 받을 수 있었다. 

 마침 기초안전교육을 받는 중 다음 두 달에 대한 강의 신청하는 날이 되었다. 혹시 몰라 수업시간에 잠시 빠져나와 밖에서 핸드폰으로 예약을 하는데 대학교 수강신청처럼 홈페이지가 마비되더니 순식간에 예약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다행히도 선박조리사교육과 선박보안중급교육을 예약했는데 수업 후 쉬는 시간에 다른 사람들은 예약에 실패했다고 말했다. 다시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선박보안중급교육은 이미 마감된 상태였다. 

 부원으로 탈 수 있는 선박의 종류는 다양하다. 벌크선이나 유조선 카캐리(자동차 운반) 선, 크루즈선 등이 있다. 안타깝게도 선원 수의 감소로 의무적으로 국적 부원을 채용하는 수가 적어지고 있어 부원의 미래는 좋지 않다.      

 누군가 내게 삶의 끝에서 먹을 최후의 식단을 물어보면 ‘하얀 마블링이 있는 빨간 회’라고 말할 것이다. 그 사연인즉, 군대에서 휴가를 나와 어머니과 함께 일식 횟집에 간 적이 있다. 휴가 나온 내게 고생했다며 인당 5만 원짜리 런치 코스를 시켜 주셨다. 흰색의 회들 사이에 숨어있는 흰색의 선명한 마블링이 줄무늬 쳐져 있는 빨간색 생선회를 먹었다. 입에 넣는 순간 빨간 살결은 입에서 풀어져 녹았고 흰색 마블링 속에 있던 기름의 파도가 밀어쳐왔다. 생선회에서 한우 꽃등심 육사시미의 맛이 났다. 런치 코스는 한 상으로 정갈하게 구성되어 단 한 점이 제공되었는데 회 한 점에 너무 행복해하는 나를 보고 어머니가 당신의 접시에서 단 한 점 있는 생선회를 내게 건네줬다. 본인은 흰색 형광등에 빛나며 기름이 흐르는 신비로운 색의 붉은 생선이 별로 먹고 싶지 않다고 했다. 예의상의 거절도 않은 채 나는 그것을 날름 받아먹었다. 난생처음 먹은 그 이름 모를 회의 맛이 뇌릿속에 속에 깊게 각인되었다. 서른이 되어서야 회사 회식 때 다시금 빨간 회를 만날 수 있었다. 상사들에게 물어보니 그 기억 속 빨간 회는 참다랑어 대뱃살이라는 말을 듣게 되었다. 

 그만큼 참치대뱃살을 좋아해서 참치에 대한 로망 하나로 참치 잡이 원양어선을 타고 싶었다. 실제로 천안의 초밥집에서 일할 때 홀 아르바이트의 아버지가 원양어선 선장이었고, 사장님은 초밥집을 차리기 전에 수행하던 참치 회사에서 조리장으로 승선제의를 받았다고 했다. 나도 배에서 갓 잡아 올린 신선한 참치대뱃살을 먹을 수 있는 기대를 품으며 정보를 알아보았다. 하지만, 원양 어선은 관련 대학이나 고등학교를 나온 항해사 혹은 기관사 자격이 있는 사람들만 탈 수 있었다. 부원들은 모두 인건비가 저렴한 동남아시아 국적의 선원들로 대체되었다고 한다. 가끔 한국인 부원도 승선을 하지만, 갑판장이나 조리장등 부서장급만 승선할 수 있다고 했다. 아쉬움을 뒤로하며 내가 탈 수 있는 다른 선종의 원양상선을 알아봤다. 

 가장 월급을 많이 받고 많이 채용하는 포지션은 LNG선이다. LNG선은 한국가스공사와 해운회사가 계약을 맺고 운영되는데 선원 전원 한국인만 고용하도록 계약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중 가장 멋진 이유는 전시에 외국인들은 한국으로 들어오지 않을 것을 우려해 한국인만 채용하는 까닭이다. LNG선의 부원 자리마저 머지않아 외국인 채용할 거라는 이야기가 있어 미래가 불투명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어차피 채용되는 인원 중 90%는 2년 안에 그만둔다. 전체 자리에 대한 파이는 줄어들겠지만 지원자들의 파이는 더 줄어들 것이다. 그만두지 않고 버틴다면 지금 배에 있는 선배들처럼 정년까지는 충분히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다. 카캐리선이나 벌크선은 월급은 적지만, 프레싱과 업무로드가 적고 다양한 국가에 방문할 수 있고 방문지에 상륙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카캐리선에서 이직온 조타수 선배와 친해 해외선사의 카캐리선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LNG선보다 훨씬 유한 분위기에 자동차도 많이 볼 수 있어서 재밌다고 한다. 중동만 정기 왕복하는 게 아닌 남미, 북미, 유럽 등 많은 곳을 가볼 수 있다고 했다. 수에즈 운하, 파나마 운하를 통과할 때나 태평양을 지나며 일주일간 단 한 척의 배도 보지 않았을 때 등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었다. 카캐리 세계의 모험담을 듣고는 다시 배를 탈 수 있게 된다면 그때는 꼭 카캐리선에 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24년부터는 카캐리선의 부원 채용이 거의 없을 거라고 했다. 정기 여객선은 꾸준히 채용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부산이나 인천을 모항으로 일본, 중국, 러시아 등 해외를 나가는 여객선은 월급도 높고 휴가도 자주 주어진다고 했다. 일본 정기선에 몸을 실었던 조리장은 일본을 좋아하기도 했고 여객선에서의 일이나 만난 사람들과의 추억도 너무 재미있어서 이직한 것을 후회하고 있다고 했다. 

 교육을 마치고 면접을 준비할 시에 정보를 많이 알아봐야 한다. 가장 최선은 현직자들에게 물어보는 방법이다. 나는 아무 지인이 없어서 인터넷에 정보를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점이 아쉽다. 채용정보는 한국선원복지고용센터나 seanet에서 찾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선원복지고용센터에서 지원하는 신규 국적부원 양성사업의 베니핏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주의해야 할 점은 교육을 먼저 받고 취업지원서를 등록하면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반드시 취업지원서를 먼저 등록한 후에 교육을 받아야 한다. 

 지원사항으로는 교육비, 선원수첩발급비, 신체검사비, 취업준비금, 장기승선장려금 등이 있다. 교육비는 내가 결재한 교육비만큼 계좌로 입금을 시켜주었다. 선원수첩은 여권과 비슷한 개념인데 선원이 되기 위해서 해양항만관청에서 발급해야 하며 해상 근무 기록이 남게 된다. 나는 부산지방해양수산청에서 발급받았고 발급비 만 원을 한국선원복지고용센터로부터 지원받았다. 해운사와 면접을 보고 취업을 하게 되면 취업에 합격한 날로부터 승선하기까지의 대기 기간 동안 월 30만 원(최대 3개월)을 받을 수 있다. 나의 경우에도 80만 원가량을 지원받았다. 신체검사비는 대개 해운사에서 지원해 주기 때문에 선원복지고용센터로부터 지원받지 않아도 된다. 마지막으로 장기승선장려금이 있는데 23년도까지만 해도 승선경력 합이 6개월 12개월에 각각 100만 원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10개월에 100만 원 지원으로 바뀌어 7개월 만에 하선한 나는 받을 수 없었다.

 사이트에는 제대로 설명되지 않은 직접 수료한 사람만 알 수 있는 이스터에그 같은 혜택도 있다. 사이트에는 지원사항의 교육비 항목에 교육비 및 교육훈련수당이 지급된다고만 명시되어 있다. 교육훈련수당은 5일간 7만 원씩 총 35만 원을 지원해 준다. 이걸 악용하는 사람들을 방지하기 위해 혹여나 교육만 받고 먹튀 하는 사람들을 방지하기 위해 뜻을 숨긴 거 같으니 제발 배 탈거 아니면 악용하지 말길 바란다. 

 경제적 위기에 빠진 누군가가 나의 지인을 통해 내게 배 힘드냐고 물어왔다. 당연히 힘들다고 답했다. 곧이어 배 탈만 하냐고? 물어왔다. 짧게 경험한 바, 탈만 하다고 대답하고 싶다. 바다에 대한 동경과 로망, 뜻이 있는 젊은 그대 지원해 보라. 승선에 필요한 것은 오직 용기뿐이다. 삶의 파도가 아무리 거센 들 그대는 뚫고 나갈 수 있다. 젊음을 대가로 바다의 은혜와 낭만을 받아가라!     


돈 때문에 배를 탑니다월급이 얼마냐고요     

젊을 때는 인생에서 돈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겼다.

나이가 들고 보니 그것이 사실이었음을 알겠다.

-오스카 와일드     


 솔직해지자. 돈이 되지 않는다면 지금 선원들 중 대부분은 일을 그만둘 것이다. 경제적 보상이 선원의 가장 큰 큰 메리트다. 원양상선에 대해 알아보던 중 부원으로 취직하면 월급으로 세후 600만 원을 받을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운이 좋게도 배를 타기로 결심하고 교육을 신청한 직후인 2023년 7월 해양수산부는 줄어드는 선원들을 확보하기 위한 ‘선원 일자리 혁신방안’을 발표하였다. 주요 내용으로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외항선원에 대한 비과세 한도가 월 300만 원에서 500만 원으로 바뀌면서 실수령액이 늘었다. 둘째, 취업규칙상 승선기간을 6개월에서 4개월로 바꾸고, 1개월당 의무 유급휴가를 8일에서 10일로 늘렸다. 셋째, 저궤도 위성인 스타링크(일론머스크의 스페이스 X)를 도입해 LTE급 인터넷 환경을 마련해 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두 번째는 계약직에 해당되지 않는 사항이었고, 세 번째는 아직 내가 있던 회사에는 제공이 되지 않았다. 다만, 본래 목적이었던 비과세 상향은 내게 큰 힘이 되어주었다. 밖에 있었을 때도 여기저기 많이 물어보고 알아봤지만 역시 직접 현장 속으로 들어가야만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월급은 다양한 형태로 제공되었다. 통장으로 들어오는 월급이 있고 배에서 현금으로 본선불을 나눠줬다. 계약종료 후에는 퇴직금과 휴가비가 한 번에 지급이 된다.

 내가 있던 곳은 탑티어 회사 중 한 곳이었고, 다른 탑티어 회사에 비해서는 아주 조금 월급이 적다고 했다. 대략적으로 내가 받은 세후 월급을 이야기하면, 월급 본봉은 약 350만 원이었다. 퇴직금과 휴가비는 월로 나누어 계산해 보니 약 200만 원이 지급되었다. 본선불은 약 40만 원이 지급된다. 

 수당은 불귀항수당, 작업수당, 조리부수당이 있었다. 불귀항수당은 3개월 이상 한국에 하선하지 않을 때 매달 7~10만 원이 지원되었다. 작업수당은 냉동 창고 내의 얼음을 제거하는 비용으로 3만이 지급되었다. 조리버리는 쉬는 날 없이 일하니 불쌍하다고 40만 원이 더 지급되었다. 그렇게 영혼까지 끌어모아 한 달에 약 650만 원 이상을 받았다. 650만 원은 육지에서 1억 연봉자의 세후 금액과 같다고 한다. 7개월 동안 일을 하며 통장에 찍힌 돈은 4000만 원이 조금 안되고 현금으로 지급받은 본선불은 650만 원 정도였다. 바다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짧은 시간에 다시 재기할 수 있는 용기와 금전적 보상을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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