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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지수 Oct 27. 2024

에필로그


에필로그     

 ‘리즈 시절’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그 단어는 잉글랜드의 축구리그에서 뛰었던 앨런스미스라는 선수로부터 유래되었다. 그는 루키시절 리즈유나이티드라는 팀에서 성공적인 데뷔를 하였다. 촉망받는 유망주로써 다양한 공격 옵션으로 사용되었으며 잉글랜드 국가대표에도 발탁된다. 실력을 인정받고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을 하게 된다. 하지만, 당대 최고의 공격수들이 즐비한 곳에서 주전이 되지 못하고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그의 팬들은 화려했던 리즈유나이티드 시절을 회상하며 앨런 스미스 리즈시절이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했고 그 단어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누군가의 가장 화려했던 과거를 칭하는 대명사가 되었다. 

 나는 무언가에 꾸준했던 적이 없다. 7개월간의 승선 기간이 내게는 삶에서 가장 무언가에 꾸준할 수 있었고, 나도 꾸준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마치 모터보트로 항해를 하고 있었는데 모터보트가 고장 났을 때야 비로소 보트에는 돛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기분이었다. 덕분에 나는 돛을 활짝 피었다. 또한 잠시 잊고 있었던 낭만을 되찾을 수 있었던 나의 리즈시절이다. 다시 무언가의 벽에 부딪힐 때면 나의 리즈시절을 떠올리며 꾸준히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거 같다. 

 울진비행훈련원 비행장은 바다 옆 산을 깎아 만든 곳에 위치한다. 6km의 활주로 옆에는 담장을 끼고 곧게 뻗은 차도가 있다. 오른쪽에는 활주로가 왼쪽에는 바다가 펼쳐져 있다. 활주로 옆 도로를 차로 빠르게 달리면 탑건의 톰 크루즈가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는 모습이 떠오른다. 매일 공항으로 향할 때면 자동차 RPM과 내 가슴이 벅차오른다. 

 활주로와 택시 웨이, 수십 대의 세스나 비행기가 보이는 강의실에서 베테랑 노교수의 수업을 듣는다. 함께하는 멋진 동기생 13명이 있다. 모두가 어릴 적부터 조종사라는 꿈을 간절하게 지켜온 친구들이다. 모두들 에어라인에 입사하는 꿈을 꾸며 매일을 함께 나아간다. 

 기숙사에 들어오고 첫 주말에 전세지옥의 북토크에 와준 친구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전세지옥 출판 1주년을 축하해 줬다. 1년 전에는 내가 이맘때 즈음 조종 훈련을 시작할 수 있을까라는 의심과 막연함이 공존했었다. 일 년간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며 정말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고 경험하였다. 그렇기에 조종훈련을 시작한 지금 이 순간 너무 소중하고 행복하게 느껴진다. 일 년 전의 내가 간절하게 열망했던 꿈 속에 현재의 내가 들어와 있다. 내 꿈은 멈추지 않을 것이고, 나는 꿈속에서 또 다른 꿈을 꾼다. 에어라인 조종사가 되는 것 그리고 사기꾼들이 법을 무서워하고 제대로 처벌받는 정의로운 대한민국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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