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 엮인 사람들
현금 콜이 떴다. 사실 이런 경우는 조금 기대를 하게 된다. 왜냐하면 거스름돈은 팁이라며 주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음식점 앞에 다가가서 전화를 하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한다. 그런데 그게 10분을 지나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다시금 고객에게 전화를 하니 전화를 받지 않는다. 이럴 때는 난감하다. 보통의 대기기사 같은 경우 그냥 대리기사업체에 전화해 고객이 전화를 받지 않는다며 취소해 달라고 요구한다. 그러나, 난 그냥 무작정 식당 안으로 들어가 식당에 큰 소리로 "~~ 로 대리 기사 부르신 분 있나요?" 그제야 먼 테이블에서 중년의 여성 고객이 손을 흔들었으며 그 자리의 술자리가 끝이 났다.
고객과 함께 차로 갔는데 소형차에 나를 빼고 5명을 태우려고 한다. 그러면서 가는 길이니 중간에 한 명씩 내려주면 된다는 것. 사실 이건 노동착취다. 경유하는 고객이 있으면 먼저 경유가 있다고 얘기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최소한의 금액을 더 주는가 업계 관행이다. 경유하는 길을 보니 그리 멀지 않은 것 같아 5천만 원 더 달라고 했다. 이건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업계 관행을 깨지 않으려는 최소한의 나의 노력이다. 나는 이 대리기사를 업으로 하지 않겠지만, 이를 업으로 하는 기사님들을 위해 단돈 1천 원이라도 더 받아야 했던 것이다.
동승자 한분께서 대뜸 "오늘 좋겠어요. 일당 좀 더 벌어서..." 속으로 한번 참았다. 5천 원 더 받은 것에 대해 비꼼이었다. 그 정도 거리는 같이 타고 가도 되지 꼭 5천 원을 더 받아야겠냐는 무언의 불만이 섞여 있는 것이다. 대화 내용을 들어보니, 누구누구 구의원, 누구누구 시의원, 누구누구 국회의원... 이 분들은 알고 보니 같은 민간 방범 순찰대였다. 이런 분들은 대부분 지역의 지방 정치에 엮인 경우가 많다. 특히, 지방 선거 때 선거운동원으로 활동하는 경우도 많고 그러다 보니 지역의 구의원, 시의원, 국회의원들과 만나는 기회도 많으며 한마디로 특정 정당의 당원인 경우가 많다.
이분들도 이런 범주에 벗어나지 않았다. 어느 시의원 사무 개소식에 있었던 얘기들, 지난번 당원 야유회에서 있었던 일들, 누가 들어도 지역 정치에 일부 깊숙이 몸담고 있는 분들이었다. 대개 이런 분들은 먹고살만하다. 일반 서민들은 먹고살 걱정에 자기 시간 뺏기는 이런 지역 정치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이다.
5명을 태우려는 것을 내가 급히 말렸다. 이러면 사고 나면 큰일이니 정원만 타는 게 좋지 않겠냐며 정중히 얘기했다. 결국 4명을 태워 각각 한 명씩 내려주고 최종 목적지에 도착했다. 아파트 지하 주차장이 만원이다. 차 세울 것이 없었다. 차를 주차한다고 10분이나 지하 주차장을 헤맸다. 정중히 고객에게 얘기했다. "사장님, 일단 아파트 밖 공간에 주차하고 고객님이 내일 아침 일찍 차를 주차장으로 끌고 오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지금 이렇게 찾아도 공간이 없는 것을 보니 더 찾아도 무의미한 것 같습니다." 그랬더니 5천 원이나 더 줬는데 더 찾아주지 못하냐는 핀잔을 들었다. 결국 10분을 더 찾다 결국 찾지 못하고 아파트 어느 한컨에 이중주차를 하고 마무리를 했다.
있는 사람이 더 독한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