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은 있더라고요
대구시 교동, 여긴 젊은이들의 핫 플레이스이다. 이곳에서 콜이 잡힌다는 것은 분명 20대 초중반, 많아야 20대 후반의 고객일 가능성이 높다. 대리 콜을 잡고 공용주차장으로 이동하며 전화를 했더니 젊은 여성 고객이 받는다. 가는 목적지가 대구 외곽이라 여기서부터 꽤 먼 거리인데, 아무래도 젊은이들의 핫플레이스를 찾아 놀러온 고객인 듯했다.
고급 외제차였다. 나이는 28살, 동갑내기 친구였다. 결혼을 앞둔 친구가 오랜만에 고등학교 동창들과 만나 놀고 신혼집으로 가는 길이라고 한다. 출발 시간이 저녁 11시쯤, 사실 교동 분위기 치고는 조금 이른 시간이라고 생각했는데, 3월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라 아무래도 예비 신랑의 눈치를 봐야 했을 것이다.
가는 길도 멀고, 술도 한 잔 했겠다. 말하기 좋아하는 대리기사에... 3명이서 서로 말하기 바쁜 그런 분위기였다.
남편의 들쑥날쑥한 수입 때문에 반대가 많았던 아버지. 그러나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을 강행한 28살 예비 신부. 아버지의 결혼 반대에 한 달 동안 아버지와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플랜을 짜고 이를 바탕으로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결혼 승낙을 받았다는 것이다.
2년을 만났는데 딱 한 번 헤어진 기간이 있었다고 한다. 그건, 4년 사귄 이전 남자친구를 우연히 길가에서 만나 술 한 잔 하면서 다시 사귀게 되면서 지금의 예비 남편에게 헤어짐을 얘기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전 남자친구와 다시 사귀다 보니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을 갖게 되어 지금의 예비 남편에게 돌아갔다고 한다.
참, 이게 MZ세대들의 사랑법인가? 내심 놀라기도 했지만, '연애에 정답이 없잖아요'라는 예비 신부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맞다. 사랑에는 정답이 없다. 마음 가는 대로 하다 안 되면 다시 돌아오고, 또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하면 결국 인연을 찾는 것이다.
"사랑에는 절대라는 것이 없어요." 절대 이어지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이 커플이 되고 결혼을 하고, 절대 헤어지지 않을 것 같은 커플과 연인들이 결국은 결혼에 골인하지 못하고 헤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랑에는 절대라는 단어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니 28살 예비 신부의 말이 맞다. 사랑에는 '절대'라는 말이 있을 수 없다. 인연이면 어떻게든 인연이 되는 것이며, 인연이 아니면 어떻게 해서라도 인연이 안 되는 것이다. 절대 안 될 커플, 절대 안 될 인연, 절대적으로 이루어질 커플 또는 인연, 이런 건 없는 것이다.
목적지에 이르러 주차를 하고 인사를 건네는데, 갑자기 28살 예비 신부가 허그를 청한다. 사랑 얘기, 인생 얘기 들어줘서 너무 고마웠다며 아저씨(어느 순간 기사님에서 아저씨로 불렀음)도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라고 얘기한다.
참 매력적인 신부였다. 평생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 역시 사랑에 대해 많이 배웠다.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하고, 안 해서 후회하는 것보다 하고 나서 후회하는 것이 낫다. 그리고 사랑에는 '절대'라는 공식이 있을 수 없다."
그녀가 알려준 사랑공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