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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도둑은 없다.

남의 모든 것을 알 수 없다.

by 샤넬발망

이른 시간 술을 드시고 대리는 부르는 분들은 대부분 근무시간이 자유로운 자영업자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저녁 8시, 출발지에 그리 멀지 않은 곳이 목적지였다. 사실 이 정도 거리면 차를 놔두고 택시를 타고 다음날 아침 일찍 차를 가져가도 무방할 정도의 거리였다.



출발지에 도착에 차에 앉았는데, 차 내부에 뭔가 거름 냄새가 많이 났다. 차는 고급 외제 SUV인데 내부의 향기는 차와는 전혀 맞지 않았다.



고객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차가 좋네요. 그런데 최근에 거름이나 기타 은행나무 열매를 차에 실은적 있나요?"

* 예전 의경 군복무 당시, 차량반장님이 은행나무 열매가 몸에 좋다고 하여 땅에 떨어진 은행나무 열매를 실었는데 그 냄새가 빠지지 않아 한동안 고생했던 기억 때문에 은행나무 열매라 했다.



"ㅎㅎ 냄새가 좀 나지요~. 근데 저한테는 돈냄새에요"

"사징님, 무슨 말이에요. 얘기 좀 해주세요"



저기 구미쪽에서 소를 키우는 축산업자였다.

직장을 다니다 축산업자로 전향한지 한 10년이 넘었다고 한다.



매일 새벽에 나가 소를 돌보고 먹이를 주고, 거름도 주고 그렇게 반나절을 보내고 오후에는 대구로 퇴근하는데 오늘 아는 지인과 함께 이른 저녁을 먹었다는 것이다.



"사장님, 돈 많이 버나요?"

"하하, 그래도 버니깐 10년이나 하지 않았겠어요. 축산업은 수입이 면세에요. 내가 소를 팔아 번 돈에는 세금이 없어요. 그리고 처음에는 어렵지 그래도 몇년 하고 소가 늘어나면 수입도 자연적으로 늘고, 내 나이대 직장인 보다는 훨 많지"



가끔 고속도로나 지방 외곽 국도를 달리다 보면 소를 키우는 곳이 많은데, 보니깐 사람을 본적이 잘 없는 듯 했다. 이 고객님도 오전에만 소를 돌보고 점심 이후에는 대구로 돌아와서 스크린 한게임 치고 시간되면 지인들과 반주에 저녁을 먹는다 하니 관리 하는 사람이 없는데 소는 혼자 크는 것인가? 몹시 궁금했다.



"사장님, 그런데 그렇게 오전에만 소를 돌보면 소는 알아서 크는건가요? 소 훔쳐가는 사람은요? 어떻게 관리해요?" "아니 기사님, 허허.. 70년대 얘기하고 그러세요. 요즘 소도둑 없어요. 일단 CCTV가 워낙 잘되어 있어 농장을 훤히 볼수 있고, 그리고 소마다 일련번호가 있어 누군가 소를 훔쳐가도 도축할 수도 없어요. 그리고 한두마리 정리 훔쳐가봐야 돈도 안되는데, 그렇다고 여러마리 훔쳐가려면 대형 차량이 들어와야 하는데, 그런 배짱있는 소도둑이 없죠."



그렇다, 시대가 어느때인데 소도둑 얘기를 하는가?

까페에 놓인 가방과 휴대폰을 1시간 이상 방치해도 아무도 가져가지 않는 대한민국인데 덩치 큰 소를 훔쳐가는 도둑이라니 말이 안되는 것이다.



CCTV의 기능과 체계적인 소 관리, 이 모든 것들이 종합적으로 소도둑의 출연을 막기 때문에 오전에만 잠깐 보더라도 퇴근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순간 너무 부러웠다. 반나절 일만 하고 퇴근이라니...

이분 골프 핸디를 듣는 순간 충분히 그럴만도 했다. 이렇게 시간이 많이 나니깐 연습을 많이 할 수밖에 없고 그러니 골프를 잘 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초창기 2~3년 정도 소의 수가 늘어나는 동안 이것저것 투자한 시간 빼고는 지금까지 오후 1시면 집으로 퇴근했다고 하니 부러울 수밖에.



주차를 하고, 돌아서는데 고객이 나에게 한마디 하셨다.

"보니깐, 나의 생활을 아주 부러워 하는 것 같은데, 내가 고생한 얘기는 안했잖아. 하하 각자 다 어려움과 아픔이 있는 것이야~~, 홧팅 하소~~"

얼마나 부러웠으면, 그 부러움이 얼굴이 너무나 들어난 모양이었다. 그걸 안 축산업자 사장님이 나에게 해 준 충고였다.



잘된 것들, 그리고 부러운 것들만 내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그 이면의 것들, 그런것은 경험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그 이면의 것들을 바라 보지 않는다면 애당초 부러워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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