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철학
은마아파트 상가에서 구의동으로 가는 손님이었다.
콜을 잡고 난 다음 고객이 먼저 대리기사에게 전화를 거는 경우는 1가지.
급하니 빨리 오라는 얘기를 하기 위해서다.
인근 까페에서 개인 작업을 하다 콜을 수락하고 화장실 간 그 1분 사이 고객이 전화를 했다.
다시 전화를 했더니 어디냐며 급하다고 빨리 와 주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한다.
이러면 마음이 급해진다. 손님과의 거리는 도보로 1.1km 나도 모르게 뛰기 시작한다.
노트북이 든 백팩이 들석들석 거리며 나의 허리를 때린다.
영하의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뛰다보면 목 뒤에서 땀이 주르르 흘러내린다.
이제 곧 은퇴를 앞둔 금융인었다. 시중은행에서 근무하다 지금은 부동산 금융업을 하는 분인데 복장이 매우 깔끔한 것이 특징이었다. 검은색 수트에 넥타이 메는 경우가 없는데 넥타이를 메고 있었다. 특히, 술자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흐트러짐 없는 복장은 손님의 평소 성격을 알 수 있었다.
빨리 오라고 재촉을 한 손님 치고 출발 이후에는 말이 없다. 그저 고개를 뒤로 제치고 창밖을 바라 볼 뿐이다.
얼마전 부터 손님과의 대화를 위해 준비해 두었던 민트 사탕을 꺼냈다.
"사장님, 이 사탕이 엄청 시원한데, 술 드시고 먹기에는 좋아요. 하나 드셔보지죠"
"우와, 엄청 시원하네요. 이 사탕 이름이 뭔가요? 사무실에 가져다 놔야겠는데.."
그렇게 사탕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자녀 대학입시 부터 부동산 업황, 그리고 사업 얘기로 이어졌다.
부동산을 투자하기 위해 대출을 연결해 주고 그 수수료를 받는 브릿지론 소개업을 하신다고 했다.
브릿지론이란 부동산을 개발하려고 하는 사람이 건물을 올리고 건물의 담보대출을 받기 전에 일시적으로 대출을 받는데 그것을 브릿지론이라 하며 그 브릿지론을 성사시키는 일을 하신다고 했다.
보통 부동산 투자 금액 자체가 수입억이 넘어가는데 수익도 엄청날 것 같아 보여 조심스럽게 수입을 물었더니 웃으면서 아주 짧게 "벌만큼 벌어요~" 라고 하신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돈이 돈 같지 않을때가 많다는 것. 보통 부동산 투자를 하면 수백억 단위가 왔다갔다하는데 그럴때마다 천만원은 돈도 돈으로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인데, 약간의 허세가 있는 듯 했지만, 틀린 말도 아닌 것 같았다.
돈을 만지는 단위가 다르니깐 사람마다 느끼는 차이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러다 문득 손님이 "그런데, 하이 리턴, 하이 리스크 라는 말이 있어요. 그리고 돈을 벌면 주변에서 가만히 두지 않아요. 그러니 망하는 것도 한순간이에요. 제 경험담 하나 해 말씀드릴까요?"
고객 중에 부동산 업으로 세금 제하고 순수익으로 2000억을 번 78년생 사장님이 있다고 했다. 일반인 같으면 2000억이 수중에 있으면 그냥 이자만 받으면서 유유자적 살아갈 것이라고 생각할 터인데, 이런 사람들이 한순간에 망하는 경우가 있으니 바로 주변인들 때문이라고 한다.
돈이 많으면 주변 사람들이 가만히 두지 않는단다. "왜 그 돈을 묵히려고 하나요? 그 돈 여기 투자하시죠." 이러면서 사람들이 꼬이는데 그 꼬임에 넘어가면 2천억이라는 돈이 1년 사이에 없어지는 것은 한순간이라고 했다.
대리를 부른 손님의 지인이자 고객이었던 부동산 투자와 개발로 2천억을 손에 쥔 78년생 사장님, 2천억을 손에 쥐자 항상 사람들이 붐볐고 여기 투자, 저기 투자 하면서 2천억을 1년만에 날리고 지금은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다고 했다. 가끔 이 부동산 투자 어떠냐고 손님에게 연락온 적이 있었는데 그 때마다 한번 더 고민해 보시죠 라고 얘기하며 적극적으로 투자를 말렸음에도 불구하고 주변인의 꼬임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고 한다.
다만, 그 꼬임이 사기는 아니라고 했다. 다만, 투자 물건이 잘못되었다는 것이고, 너무 성급한 투자였다는 것이다.
목적지에 다다르자 손님께서 한마디 하셨다. "제가 만나본 부자들은요.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 아니라, 번 돈을 잃지 않고 잘 지키는데 아주 탁월한 분들이었어요"
로또 1등을 한 사람들 중에 당첨 후 재산을 탕진하고 거지가 되었다는 소식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돈은 벌었지만 번 돈을 지키지 못한 사람들이다. 돈이 많으면 주변에 사람들이 꼬이게 마련이다.
돈 좀 벌었다고 주변에 모여드는 주변인들을 어떻게 구분하고 어떻게 관리하는지...
돈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덕목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