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의 김장의 추억은 지금도 새롭다. 어머니와 누나는 날씨가 추웠을 때 배추와 무를 뽑아 차가운 물에 손을 호호불며 배추를 씻었고 절임을 했다. 나와 형은 김장독 묻을 구덩이를 깊게 팠다. 김치 버무릴 때는 옆에서 배추 속 김치를 한 잎씩 얻어먹으며 행복했던 기억이 있다. 특히 차갑고 시원한 동치미를 많이 담가 겨우내 먹었었다.
나는 매년 주말농장을 5평 정도를 한다. 그 곳에 김장에 쓰일 무씨를 뿌리거나 모종을 한다. 배추는 절임배추를 신청하기에 많이 하진 않는다.올해도 무더운 여름이 끝나가는 8월 말 정도에 무 20개를 모종했다. 배추는 갤러리아백화점 식품부에 괴산 절임배추 3박스 60킬로그램을 신청했다. 그래서 배추속 쌈 싸먹기 위해 5개만 모종을 했다.
결혼을 해서 장모님께서 담근 김치를 갖다 먹었다. 우리 어머니께서 담근 김치보다 훨씬 맛이 좋았다. 왜그럴까 생각을 해보니 재료를 다양하게 많이 썼다. 심지어 김장 담그는데 인삼과 감, 밤까지 넣었던 것이다.
우리집의 김장의 역사는 12년이다. 아내가 교원으로 24년간 재직하고 명퇴 후 2년차부터 시작해서 한 해도 빠지지 않고 지속한다. 명퇴 후 1년차 때는 김치담그는 방법을 알기위해 장모님댁에서 고된 인턴과정을 거쳤다.
김장을 하기 위해서는 준비해야 할 것이 엄청 많다. 우선 작년에 썼던 김치통을 씻어야 하고 마늘을 최소 한접(100개) 이상을 까야한다. 아내는 몸이 약한 편이다. 그래서 내가 적극적으로 돕는다. 그런데도 아내가 해야 할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나는 해마다 김치통을 씻고 마늘을 토요일 하루종일 까고 파와 미나리, 갓, 무를 다듬고 씻는다. 김치담글 때는 배추 속에 양념을 넣고 버무린다. 허리가 끊어질 정도로 아프지만 참고 한다.
하다가 김장배추 속을 하나씩 떼내며 먹는 맛이 꿀맛이다.
아내는 그만 좀 먹으라고 눈을 흘기며 핀잔을 주지만 맛있는데 어떡하랴! 이 맛에 김장을 하는 것이다. 아내는 버무린 배추김치 한포기 한포기를 김치통에 금괘를 다루듯 차곡차곡 넣는다. 작년까지는 딸이 나와 같이 버무렸는데 올해는 신혼여행을 갔기에 딸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다. 사람은 ‘든자리는 몰라도 난자리를 안다’고 있을 때는 몰랐는데 없으니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었다. 딸아이는 양념을 만드는데 필요한 배, 무, 마늘 등 분쇄를 담당했었다.
김장을 한 날 저녁에 아내는 꼭 돼지고기 보쌈을 준비한다. 물론 소주 한 병도 잊지 않는다. 그럴 때마다 아내에 대한 고마움을 느낀다. 소주는 내 차지 아내는 맥주 한 캔을 마신다. 이 또한 김장의 하이라이트라고나 할까 화룡점점이라고나 할까 하루의 피로가 보쌈과 소주 한잔에 훨훨 날아가는 듯하다. 저녁 식사를 하는 동안 오늘 있었던 일을 가지고 웃으며 얘기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내년 1년 동안 먹을 김치를 담갔다는 데서 무한한 성취감과 행복감이 출렁이며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