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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영 Jun 17. 2023

이제는 떠나도 된다 (#2)




문제가 발생했다.

6분 후면 온다던 택시기사는 조금 더 일찍 도착하여 전화를 주셨다.  아파트 정문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하니 자신이 있는 곳으로 오라고 한다.

짐이 문제여서 움직이기 힘들다고 말씀드리자

탐탁하지 않아 하며 오시긴 했는데~우리가 힘 겹게 뒷 자석에 짐을 싣고  돌아 보니 아침 택배차가 뒤에 서있다. 달려 나온 경비실의 당직에게 사과를 하고 겨우 차에 올랐다.

짐을 본 기사님의 목소리가 한결 누그러졌다. 그리곤 먼 길 떠나시는데 좋은 기분으로 가셔야 된다고 덧 붙이신다. 어둠이 깃든 새벽 5시에 세 번째 손님이어서 다행이라고 말씀드리고 물 한 잔 사서 드시라고 약소한 금액을 전해드리고 차 문을 닫았다.


공항 리무진을 타고 이동하려니

신고식을 단단히 치른다.

정시에 도착한 버스 기사님도 퉁명스럽긴 마찬가지다. 일인당 1.7000원의 두 배인 가격을 카드로 결제하는 것을 모르고 현금을 냈으니 거스름 돈이 귀찮았을 것을 내리며 깨달았다.

늘 집으로 콜밴이 와서 공항을 다녔기에  오늘의 출발이 좌충우돌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우리는 인천공항 1번 터미널에 들어섰다.


이제부터가 진짜 문제다.

화물을 부쳐야 하고. 탑승 수속이 남아 있다.

난 한  손에 빈 가방을 들고 여차하면 이민 가방 수준의 큰 가방에서 물건을 꺼낼 준비를 하고 있다.

아, 무엇을 빼야 하나? 고춧가루? 황태? 손자들 장난감? 메밀이 들어간 베개? 사돈과 친구들 선물? 다음엔 정말 이 궁상스런 여행은 사절이다.

갑자기

혼잡한 머릿속에 맑은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탑승 수속을 도와주던 직원이 묻는다

좌석은 정하셨지요?

이게 웬일인가 생각에 몰두한 사이 우리의 짐은 인사도 없이 멀리 떠날 준비로 벨트 위로 얌전히 올라가 있지 않은가. 할렐루야.

난 쾌재를 부르며 욕심을 내어 말한다.~'사실 의사 선생님께서 자주 걸으라고 하셨는데요.'천사는 내게 말한다

'오늘 만석인데 마침 자리가 딱 하나 있네요.'난 또 말한다. '둘이 같이 앉아야 해요.'

아시아나 천사가 내미는 보딩패스엔 나란히 나란히 27.28. 숫자가  찍혔다 .그것도 복도 쪽으로.


꾸벅꾸벅 , 방글방글 고개 숙여 인사하는 70세 할머니에게 이쁜 나팔꽃도 미소로 화답한다.

우린

간편해진 입국절차를 마치고 진짜 배낭만 매고  15번 게이트를 찾아 걸었다.

공항에 기도실이 있는 것도 오늘 처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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