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인영 Jun 17. 2023

이젠 떠나도 된다.(# 3)

태양이 중천에 떠있는 시간에 비행기에 올랐는데 출발지는 20시라고 나오니 남은 시간이 4시간이 채 안 남았다

많이 왔다.


그 사이

난 점심으로 불고기 쌈밥을 먹고,

레드와인을 조금 곁들여 남편과 건배를 했다. 식후엔  레몬을 띄운 홍차를 마시고

간식으로 올리브기름이 많이 들어가 부드러운 조각피자와 소다를 마셨다.

그리고

두 편의 영화를 보았다.

계속 음료를 권하며 바쁘게 일하는 안내원들의 노고가 고맙다. 몸에 밴 친절함이 편하고 아름답다.

지금은 하늘도 깜깜한 시간이지만

뒤 쪽 가까이 누군가는 이륙 시부터 코를 심하게 골아댄다. 이것이 민폐라는 것이다.

출발 전

자꾸 일어나라고 하신 의사 선생님의 권유가 생각나 뒤편으로 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나보다 먼저 와 있던 분들을 만났다.

지루할 수 있는 시간에 즐거운 대화를 나눌 분들을 만난 것도 여행이 주는 기쁨이다.


 A. 반 바지 차림의 중년의 남성은 호탕한 웃음소리가 인상적인 15살 쌍둥이 아빠라고 했다. 14세에 미국으로 이주하여 교육을 받고

뉴욕에서 살다 지금은 홍콩에서 거주한다는 그분은 5년 전 복잡하고 바쁜 그러나  성공했다고 보이는 삶의 스타일을 바꾼 후 넉넉한 마음으로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고 했다.


부모님은 출세하여 높은 연봉을 받던 자신의 결정을 아쉬워하시지만 내려놓으니 보이는 것이 있어 너무 만족하며 고운 아내와 아이들과  살고 있다고 했다.

하나님의 은혜라고 말했다.


B. 그녀는 예뻤다. 그리고 멋지다.

다리를 주무르며 어슬렁 거리는 내게 다가와  불편하시냐고 물으며 따뜻한 커피를 권한다.

친절한 제의를 받는 순간  난 벽을 허물고 마치 조카처럼, 딸처럼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이가 셋인 워킹맘으로 장거리 비행의 장단점도 말해주는 그녀에게서 그들의 정년이 생각보다 길다는 것도 알았다.

그리고 나눔을 실천하는 고운 삶도 학습된다는 것도 깨달았다.

대학 때부터 유니세프로. 아기들의 첫 돌엔 기념 나눔으로 돌잔치를  대신하고 , 소아암 환자들을 돕는 모임도 한다고 전해준다.

나의 딸들에게도 들려주고 싶은 미담이 아닌가. 그녀는 불교신자라고 했다.


C.   작고 똘똘해 보이는 아가씨가 내게 묻는다. Albany를 가려고 하는데 비행기를 타고 가는 것이 좋은지 차로 운전을 하는 것이 좋은지 알려달라고 한다. 우리 모두는 초면이고 다시 만날 확률은 희박한데 뭉쳐진 느낌이 든다.

난 시간이 여유가 있으면 차가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지만 위험하지 않느냐고 다시 묻는다.

부디 무엇을 선택하던지  학교를 무사히 잘 찾아가 인생의 멘토가 되는 좋은 교수님을 만나기 바란다.


이상하다

이번 여행의 시작은, 난 한 번도 비행기 뒤편에서 타인과 대화를 해본 적이 없다

그리고 뒤에 와서 라면을 청해 먹는 탑승객을 본 것도 처음이다.

곁의 아기는 이젠 지루한지 칭얼대기 시작한다.

아가, 나도 빨리 도착하여 너와 비슷한 또래의 손주를 안아주고 싶구나.

How exciting^^

작가의 이전글 이제는 떠나도 된다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