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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영 Jul 30. 2023

이젠 떠나도 돼요 (#18 오렌지카운티에서)



니는 일았다. 조국을 떠나도 충분히 우리끼리 자기끼리 먹고, 마시고 , 듣고 , 만나고, 말하며 지낼 수 있음을.

 아침에 일어나 티브이에서 한국말 뉴스를 고, 운전 중 한국말의 뉴스를 듣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도 한국말로 마감뉴스를 듣는다.

얼마나 쉽고 편하고 고마운 세상인가. 한국말 유튜브를 통하여 정치이야기. 신앙이야기. 주택문제 등등. 한국에 대하여 모르는 것이 없는 것 같다. 오히려 내가 묻는 상황도 발생했다.

아파트 단지 내에서 한국 사람을 만나 다소곳이 인사를 하고, 나는 모란각의 냉면과 갈비를 그리고 부추전을 곁들여 먹었다. 어디 그뿐이랴 다음 날은 시래기된장국에 돼지갈비구이를 먹고. 망고가 수북이 올라간 빙수와, 팥이 잔뜩 든 붕어빵을 먹었다. 팥빙수를 먹을 때 골프를 치고 온 듯한 중년의 여인들이 삼삼 오오 짝 지어 웃고, 즐기는 것을 보니 직장 하고 아기 키우느라  늘 시간을 쪼개며 잠이 부족한 나의 딸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이민 생활이, 남의 땅에서 사는 것이 힘든 것만은 아니구나. 적어도 우리의 친구들이 젊은 날 이곳에 왔을 땐 말 설고 물 설어 정말 힘들게 산 것을 기억한다. 보이는 것만이 다가 아니니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먼 타국 땅에서 조국의 맛을 느끼며 사는 것은 분명 기분 좋은 일임이 분명하다. 대한민국의 힘이 이토록 커지다니. 결국 이민의 역사와 함께 발전한 대한민국의 국력이 뒷받침한 것이 아니겠는가. 자랑스러운 일이다.

여행 중 만난 이곳저곳 자리한 한인타운은 도무지 아쉬울 것이 없는 한국의 풍경이었다. 푸드 코트부터 시작하여 많은 음식점 한약방 치과 요가 스파 여행사 빵집 심지어 영화관까지.

 친구가 보여주는 샤핑몰에서 CGV 영화관의 큰 sign을 보며 그곳에 얽힌 이야기를 듣는다. 한 교포 분이 고생 끝에 어렵사리 모은 돈으로 자금을 마련하여 쇼핑몰을 구상하고 은행 대출을 받아 사업을 시작하였으나 꿈의 실현을 보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하고 결국 큰 덩어리의 빌딩은 경매에 넘어갔다는 비극적인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차라리 돈을 많이 벌지 않았더라면 아직 세상에 계시지 않을까 잠시 생각해 본다.

높이 솟아 흔들리는 야자수의 이국적인 모습이 보기 좋고 더운 날씨에도 습하지 않은 좋은 기후 탓에 모이기 시작한 이곳의 한인들. 모두 그렇다고는 절대로 생각하지 않으나. 오랜만에 돌아본 오렌지 카운티의 정착한 미국 속의 한국인은 단지 공간이동만 한 듯한 느낌이었다. 좁은 나라를 벗어나 기회의 나라에서 멋지게 사는 것 바람직하다. 하지만  왠지  지난날,친구들에게  주인으로 살고 싶어 떠난다고 했던 말이 다시 생각남은 어찌 된 셈인가.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 과연 나는 내 인생의 주인으로 잘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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