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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영 Nov 25. 2023

친구에게 (좋은 선물)  

그는 저에게 어머니랍니다. 

바람처럼 다녀오고 번개처럼 흐른 시간입니다. 스쳐가던 모든 경치들과 함께 나누던 음식이며 석양의 바닷가. 한 번씩 잡아주던 손길. 심지어 함께 걷던 쇼핑 몰 조차도 그리운 시간들입니다. 지나간 웃음들이 아직 귀에 남아있답니다. 돌아온 후 반갑게 맞아 주시는 분들에게 전 영화 한 편 찍고 왔다고 말합니다.


 그리운 그대여 안녕하신지요?
 “안녕하세요? 어머니.‘새벽 2시에 날아온 글입니다.

 모두가  들뜬 것 같은 12월 중순에 선물이 날아왔지요.

 큰 딸의 결혼식을 멀리서 치르고 왔습니다.

 오래전 제가 그랬듯이 서울과 다른 색깔을 지닌 하늘을 머리에

 이고 결혼 서약을 마쳤지요.

 세월의 강을 건너와 이젠 제가 부모가 되어 딸의 결혼을 축복해 주고 돌아왔지요.

 때가 되면 짝지어 보내고 맞는 것이 당연한 우리네 삶인데, 저만 겪는 것이 아닌데 감회가 새롭습니다. 

아니 남 다릅니다. 내 딸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전엔 멀리 높아만 보이던 산이 이제는 가까이 다가온 것처럼 세상은 참 많이 변해있습니다. 변화가 있어야 머무르지 않는 풍요로운 삶을 이룰 겁니다.


 오늘 서점에 나가 보았어요. 짧은 글을 모은 책이 유행이랍니다. 인터넷서점이 성장하니 오프라인 출판계는 부도를 맞기도 한답니다. 한가한 서점이 걱정스럽더군요.
 모두가 잘 낫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세상에 방황하는 젊은이들은 멘토를 원하는 이가 많은지 ‘잡스’의 전기가 베스트셀러에 올라있습니다.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에 나가며 아들을 맡긴 이의 이름이 멘토였다지요. 그 후로 멘토는 인생의 어려움에서 상담자 때로는 후원자 교사이며 인생 선배로서 삶의 지혜를 가르쳐주는 이를 의미하게 되었지요.


 사람들은 모두 외로워합니다. 남자도 외로워 때로 운답니다. 혼자서 밥 먹고 영화 보고 외로워 사이트에 동호회를 만들어 어느 날 함께 아주 사라지기도 합니다. 일류 학교만이 인생의 최고 목표인 양 조여 오는 부모와 가족이 버겁다며  패륜아가 되기도 합니다. 생각해 보면 혼자라는 외로움과 인정받지 못하는 자기 비하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듯싶습니다.


 사위가 생기니 저를 어머니라고 부릅니다. 얼마나 좋은 선물인지요. 어머니라는 단어에 녹아있는 따스함이 느껴집니다. 그런 그에게 제가 잠시 멘토가 되어 보렵니다.

 가장으로 품고 살아야 할 마음가짐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인생을 살며 다가오는 큰 시련은 용기가 필요하고 작은 슬픔은 인내가 필요하다는 것을 마음에 담았으면 합니다. 부부는 잘나고 못난 것이 아니라 서로의 허물과 약점을 덮어주는 관계라는 것을 생각했으면 합니다. 결혼 생활은 못난 반쪽 잘난 반쪽이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고 서로 잘 맞는 톱니바퀴가 보완하고 호흡을 맞춰서 하나가 되는 것이랍니다.


 이렇게 노력하다 보면 외롭지 않을 겁니다. 서로에게 인정받을 겁니다. 나누다 보니 나의 멘티를 위해서 제 자신이 더욱 깊은 생각과 배려가 있는  넓은 마음으로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친구여 늘 사랑만을 나누라며 말씀하신 깊은 뜻을 오늘 다시 한번 새깁니다. 

귀한 선물을 잘 아끼고 힘을 실어 주겠습니다. 바람처럼 다녀오고 번개처럼 흐른 시간입니다.

 호흡 있는 날까지 사랑하며 살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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