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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영 Feb 25. 2024

~~~ 하면 어떨까



 어제에 이어 오늘 아침도 하늘이 낮다. 강원도엔 이미 은 눈이 내린 아직은 겨울이다.

 이상스레 늘 이맘때면 겨울을 마무리하며 발이 빠지는 하얗게 눈 쌓인 길을 걸어가고픈 충동이 일어나곤 한다. 나름대로 봄을 맞이하기 위한 마음의 울렁증이다.
 새벽에 방문을 열고나오니 달콤한 향내가 거실을 채운다.
 얼마 전 사다 놓은 히아신스 구근에서 피어난 꽃이 어느새 활짝 피어 날 맞이한 것이다.

난 너무나 고맙다고 꽃에게 마음으로 인사하며 물을 듬뿍 주었다. 마치 산모에게 미역국 먹이듯 말이다.

생명이 이리도 귀하고 아름다운 것을! 희망이 밥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내가 미쳐 못 보아도
 내가 관심을 덜 기울여도 나를 위해 싹을 틔우고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을게다.


 어느새 금요일이다. 어느새 이만큼 나이가 먹었다. 어느새 어느새.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세월은 간다. 이렇게 화살처럼 가는 인생에 무엇을 마음에 그리 담아 두는가?

 우리는 왜 지나간 과거에 묶여있는 것인가? 왜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답답한 생활을 하고 있는가?

 어째서 일어나지 않은 상황들을 미리 걱정하는가?
 ~~ 하면 어쩌나? 내가 큰 병에 걸리면 어쩌나? 우리 아들이 취직이 안되면 어쩌나? 이렇게 열심히 살았어도 노후 대책이 안되면 어쩌나. 현대인들은 심한 염려증과 더불어 알게 모르게 조급증이 있고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많다고 한다.
 현대인들의 특성으로 우리가 잘 아는 고령화. 독신 가구의 증가, 여성의 사회진출. 인터넷 발전등이 있다고 한다. 왠지 이러한 사회의 변화는 부정적인 면을 많이 몰고 온 것 같다.


 하비 콕스라는 학자의 말에 의하면 현대인들이 지양하여야 할 것 3가지가 있단다.

 첫째는 익명성이란다. 인터넷의 발달로 자신의 이름을 감추고 산단다. 그러니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부분이 약해진다고 한다.
 둘째 이동성이란다.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뿌리 없는 삶을 사니 인내심이 사라지고 우리라는 대인 관계의식이 희박하여지고 나라는 개인에게만 치중한단다.
 셋째 無情이란다. 일시적이고 일회성이 되니 끈끈한 관계가 메말라 간단다. 우리가 잘 아는 생떼쥐베리의 어린 왕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다 어디로 갔냐고 묻는 이에게 모른다고 아마 바람이 다 데려갔는가 보다고 말한다.


 내가 사는 사회가 지금 이렇다면 나 역시 왠지 불안해진다.
 나이와 함께 약해지는 나를 과연 누가 책임질까?

 살면서 진행형으로 누군가에게 노래를 불러주고 싶은데

나 또한 내 사랑하는 이와 함께 노래를 부르며 살고 싶은데.

 나의 한계를 깨닫는 순간 아쉬움과 함께 은근히 불안해진다.


하지만 나는 긍정의 힘을 빌고 싶다.
 ~하면 어쩌나? ~~ 하면 어떨까!로 바꾸고 싶다.
 슬그머니 고개를 드는 어두움과 약함의 생각을 봄날의 화사한 긍정으로 바꾸고 싶다.

 상상만 해도 즐거운 그런 일들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눈이 맑은 누군가에게 사랑 고백을 받는다면,

새봄에 읽을 책이 더 많이 생긴다면.

보랏빛 앉은뱅이들꽃이 내게 미소 지을 때 나도 노란 날갯짓으로 답하고 싶다.

 비가 올 때 맑은 햇살이 되어주던 그이에게 내가 무지개가 된다면 어떨까?

 내가 잠든 사이 고운 향을 준비하던 봄날의 꽃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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