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인영 Apr 06. 2024

그날

드디어

 만개하려는 꽃들로 으스대며 봄날이 피어오르는가 싶더니 웬걸 비가 오신단다.

젤 작은 우산을 집어 들고 집을 나선다.

내리는 봄비에게  나를 내어줄 마음이 있기에, 조금은 젖어도 좋다고 생각한다.

기다리던 봄에 대한 나름대로인사이다.

오랜만에 어린이  통학용 노랑버스를 만났다.

아이를 태운 후 젊은 엄마는 아기와 눈을

 추려는 듯 차창 가까이 다가간다.

아이도 차 안에서 귀엽기만 한 고사리 손을 흔든다.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 수없다.

엄마를 다시 만나는 시간까지 잠시 이별이다.

문득 버들피리를 불어보려고 애쓰던 

 날의 내가  떠오른다.

강아지 풀로 팔찌를,

제비꽃으로 반지를 만들기도 했다.

냉이도 쑥도 캐본 기억은 없는 나의 어린 날.

외출하신 어머니는 기다리던 내게 항상  돌아오셨다. 그리고 집안엔 온기가 흘렀다.

조금 늦어도 기다림의 끝이 있었다.

이제

외손자의 모습이 다가온다.

친할아버지께서 하늘나라로 가셨다.

늘 인자한 모습으로 다가와 꼭 안아주시고.

 건네주던 사랑의 노래와 몸짓.

그 많은 선물이 이제는 지구상에선 그만이다.

 이별이다.

아무리 기다려도 좋아하며  따르던

할아버지는 돌아오시지 않을 것이다.

떠남은  단지 조금 멀어지는 것이라는 것을.

아이에게 지상에서의  이별을 어떻게 설명을 할까? 고민하다

 '할아버지는  이제 사진으로만 만날 수 있다'라고  딸은 말했단다.

3살의 나이에 떠남과 영영 이별이  이해가 어려우련만 할아버지 댁으로 가는 차 안에서

그저  조용히 밖을 보며 말이 없더라고 했다.

어쩌나

아마도 어린 손자의 가슴으로 이해되지 않은  슬픔이 자리를 틀었을 것이다.

엄마가 조금 늦게 유치원에서 pick up해도 기다리면 달려와 안아주던 시간과는 다른 영겁의 기다림.

손을 내밀면 마주 잡아주던 따스하고

정겹던  시간이 더 이상 다가오지 않는

절망감을 어찌 견디나.

진심을 담아  손주를 위해 신께 올리던 기도의 목소리는 이제 이곳엔 없다.

인생에게 다가오는 만남과 이별의 이치

훗날   아이는

 아마도 훗날 기억의 저편에 감추어 두었던 기억을 꺼내는 날이 올 것이다.

그날

할아버지가 마지막으로  준비하신 장난감과 카드를 들고  아이는 무엇을 생각할까?

그날은 부활절이었다.




작가의 이전글 한 권의 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