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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영 Oct 06. 2024

한 끼 식사

멀리서  한 가족이 오랜만에 소풍을 왔다. 풍성하고 아름다운 가을이니 어디든 떠나고 싶지 않겠는가?

큰 딸 내외와 손녀. 사돈의 가족까지 8명의 움직임은 조금 복잡한 듯했다. 서로를 배려한 탓에 호텔에서 묵으며 만나는 것이 내겐 어색했으나 세태가 그렇다니 따를 수밖에.

더구나 딸은 출가외인이라는 것을 인정하니 매일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이 조금   가셨다.


남산 위 소나무와 함께 솟아있는 호텔은 서울의  전망이 오롯이 내려다 보이는 곳에 있고  집에서 멀지 않다. 조식은 호텔에서 조달이 가능하니 그것도 편리하다.


여기저기 갈 곳 볼 곳도 많고, 이 댁 저 댁 방문하고

일가친척 만나는 일로 하루가 바쁘기만 하다.

이번 여행은

80을 바라보는  안 사돈이 마음에 품고 계시던 희망사항을 실천한셈이다.

 장성한 2남 1녀와 함께 고국을 고 싶으셨다고 한다. 며느리 사위 그리고 손자 손녀를 거느리고 한국에서  가족사진을 찍고 싶으셨단다


하늘 높고 맑은 날, 이른 가을의 창경궁에서 약속된 전문 사진사의 안내로 적당한 빛과 알맞은 장소를 찾아 함께 이동하는  것을 바라보며 나도 행복했다.

짐도 있고 어린 아기들도 있는 탓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하여 동행을 자청했는데 큰 고마움을 표시하시니 더욱 기뻤다.


뛰어다니는 손녀를 좇다 문득 어릴 적 나의 할머님의 환갑잔치가 떠올랐다.

1960년 대.

그때는 큰 사찰을  빌리고 창을 하시는 분들을 초청하여 큰 잔치를 해드리는 것이 자식의 효도하는 모습이었다.


나는 어릴 적이니 그저 높이 쌓여있는 음식들과 곱게 쪽 찐 머리 할머니의 고운 빛깔의 한복과 선한 웃음.

아버님이 자신의 어머니를 업으시고 절 마당을 도시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그곳엔 아마 작약이 가득 피어있지 않았을까?

왜 그때는 한평생 고생 속에 자식을 키운 어머니가 그리 많았을까.


세월 따라 풍습이 조금씩 바뀌어도 가족의 이름으로  맺은 귀하 진실된 인연의 고리는 여전하여.  모두 시간에 쫓기며 사는 일상에서  먼 길 마다하지 않고 어머니를 위하여 동행한  자녀들의  마음씀이 예뻐 보이기만 한다.


비록 노모를 등 뒤에 업고 돌지 않아도

동네가 떠나갈 듯 요란한 잔치를 벌이지 않아도

노구의  몸으로 계단을 오르시는 것이 염려되어 손 잡아주고 물릴법한 음식점을 되풀이해 다시 가고

한복 한 벌 고르는데 시간이 걸려도 인내와 사랑으로 대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나는  이번 딸의 여행을 멀리서 바라보며

한 끼 식사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달았다.

하루의 시작을 무엇을 먹을까? 고심하고

하루를 마감하는 시간엔 차를 마시며 하루 식사에 대하여 품평을 한다. 그리고 다음 날의 일정을 의논하며 근접한  곳의 한 끼 식사를 생각한다.

우리는  또 부지런히 적당한 식사 장소를 찾아 보낸다.


다행히 사랑하는 조국엔 맛집도 카페도 무궁무진.

드시는 음식마다 맛나다고 하시고 만나는 식당마다  좋다고 하시는 귀한 손님들이 계시는 동안 더욱 맛난 것으로 건강한 추억이 쌓여 행복에 더욱

가까이 다가가는 아름다운 여행길이 되기를 진정으로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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