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다. 영하 11도라니 창문을 열기도 망설여진다.
아침이면 탁한 공기를 보내고 신선한 바람이 살짝 얹힌 태양과 인사를 나누는 것이
변치 않는 4계절 오전의 의식인데 어쩐 일일까.
이른 시간의 약속이 잡혀있는 터라 서둘러
아래위로 몸을 꽁꽁 싸매고 집을 나섰다.
아침 식사 후 내가 부른 노래 덕인지
남편은 평소보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출근하며
잊지 말고 열이 나는 손 난로를 꼭 챙겨 나가라고 다정스러운 눈길을 보낸다.
나는 손 난로는 챙기지 않았다.
하지만 왠지 나도 오늘의 일정이 더욱 기대가 되며 기분이 좋다.
이침 식사 후
음치인 내가 몇 가닥 남지 않은 머리를 고정하느라 애쓰는 남편에게 다가가 노래를 불렀다.
내가 좋아하는 김창완과 최정훈이 듀엣으로 부른 ~'이 말이 하고 싶었어요.'의 가사를 아주 조금 외웠다.
♡이 말을 하고 싶었어요. 사랑한다고.
♡이 말을 하고 싶었어요. 행복했다고.
남편은 음치 박치인 나의 노래가 소프라노 최정원 보다 좋다고 한다.
이럴 수가.
지난해 크리스마스 선물로 무엇을 원하느냐 묻는 그이에게 '노래를 배우고 싶다.'라고 했다
오늘 나는 결심했다. 그냥 살기로.
등록을 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소프라노 보다 느낌이 좋다는데 7 순의 할머니가 무엇을 더 욕심내겠는가.
오늘은 탈 서울을 하기로 하고 약속시간 보다 조금 일찍 도착하여 친구를 기다리는 중이다.
지하철의 문이 열리는 사이로 수많은 사람들이 내리고 있다.
그들은 오늘 어떤. 모습으로 집을 나섰을까
그들의 뒷모습을 어떻게 남기고 현관문을 닫았을까.
어떤 말을 나누며 하루를 시작했을까.
나는 보았다
오랜만에 들려준 몇 소절의 노래가 그이가 듣고 싶은 말이었음을.
그리고 남편의 좋은 기분이 내게 그대로 전달이 되어 하루의 시작을 기분 좋게 할 수 있음이 감사하다.
친구를 기다리는 사이 손자와 손녀들이 웃음 띄우며 화면을 밝힌다
그리곤 서로 사랑한다며 짧은 통화를 끝낸다.
우리는 말해야 한다.
당신을 사랑한다고.
당신 때문에 행복하다고.
우리는 말했어야 했다.
당신을 사랑했다고.
당신 때문에 행복하다고
오늘
영하 11도의 날씨가 춥지 않은 것은
친구가 양보해 준 핫 패드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