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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여행

by 김인영

새벽 첫 지하철을 타고 서울역으로 향했다..

한 겨울의 태백을 다녀오기로 한 날. 2025년의 두 번째 주말이다.

지자체의 후원으로 여행경비가 파격적인 가격이라는 말에 예약을 했다.

서울역 맞이방으로 새벽 6시에 무려 200명이 KTX를 타기 위하여 모였다.

20대 후반의 인상 좋은 젊은 가이드의 봄동 같은 미소를 새벽에 만난 것은

미처 마시지 못한 모닝커피에 대한 아쉬움을 잊게 해 주었다.

역시 젊음이 좋다.

어쩌나 새해를 맞아 난 한번 더 고개를 넘었는데.

넓고 쾌적한 기차 속에서 스치며 지나가는 잔설을 보는 것. 빈 숲의 충만을 만나는 것.

연기가 피어나는 집의 굴뚝을 보는 것은 마주하고 싶던 겨울풍경이었다.

청량리역과 덕소와 제천을 지나 태백역에 도착했을 땐 오전 10시 40분.

우리를 마중 나온 5대의 관광버스에 나누어 자리를 잡았다.

처음 맛보는 태백의 명물인 물닭갈비와

곤드레 막걸리를 곁들여

앞에 앉은 모녀와 즐거운 대화롤

나누며 점심식사를 했다.


식사 후

우리는 철암탄광 역사촌을 들렀다.

1970년 대의 태백의 삶은 당시 생활연료로서 석탄의 수요가 급증하던 때라 모두가 호황을 누리었단다.

이제는 과거의 시간 속에 묻혀 있는 텅 빈 건물을 기웃 거리며 도넛도 맛보고 커피도 마시며

무심하게 펼쳐 있는 구멍 난 산을 바라다본다.

그곳엔 날마다 기도하며 석탄을 캐기 위해 갱도로 들어가던 삶이 있었다.

그 많던 사람들은 어디로 갔을까.

하얗게 타버린 연탄을 내어 놓은 허리 굽은 노인은 긴 하루를 어찌 지내실까.

그녀도 한 때는 이곳의 전성기와 함께 빛나던 청춘이 아니었겠는가.

춥지만 환한 햇살이 아니었다면, 며칠 전처럼 눈이 펑펑 내린다면,

나는 무거운 마음으로 아마도 태백을 찾아온 것을 후회했을 런지도 모른다.

쓸쓸함으로 인하여.

시간은 우리의 삶을 오늘로 안내했다.

우리는 여러 곳을 방문했다.

곡예하듯 산을 내려 굴곡진 대자연의 파노라마도 보고

거꾸로 가기도 하는 스위치백의 관광열차도 타고 숲 사이를 달렸다.

높은 고도 탓에 여름이 되면 더위를 피해 많은 사람들이 몰려온다는 것이 쉽게 이해가 되었다.

곧 시작하는 눈꽃축제로 구름 같은 사람이 태백으로 몰릴 것이다.


멀리 낙동강의 발원지가 되는 황지못의 전설을 들으며

욕심쟁이 황부자와 노스님과 착한 며느리를 생각해 봤다.

한국판 소돔과 고모라가 아닌가.


하루 일정을 바삐 소화하는 내내

아주 오래전.

눈 쌓인 태백산의 천제단을 오르던 기억이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랜턴으로 길을 밝히며 오르던 그 길은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쌓인 눈에 미끄러지고

주목 나무에 눈꽃이 핀 것을 보며 환호성을 지를 터지만

곁에 있던 나의 친구는 이미 하늘의 별이 되었다.

내게 겨울의 태백은 떠나간 벗을 생각나게 해주는 특별한 곳이다.

그래서 늘 겨울이 되면 조금은 쓸쓸한 기차여행을 생각한다.

새벽에 떠나 오후 10시가 넘어 도착한 집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나를 반긴다.

사라지지 않은 것의 따스함이여

익숙한 곳의 안도감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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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발원지인 황지연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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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전 철암 광산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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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의 명물 물 닭갈비와 즐거운 추추트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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