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서산으로 기우는 늦가을 오후 5시 20분.
오후 2시에 사가정역 4번 출구에서 만나 함께 시간을 보낸 친구와 나는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셔틀버스에서 동시에 소리쳤다. "~너무 좋았어.". 우린 마주 보며 웃는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가을 산책의 즐거움을 담은 말을 토한다.
서울 "최초의 스카이워크 전 구간 개통'이라는 문구와 함께 소개된 곳을 찾았다. 역이름도 낯선, 가보지 않은 곳을 찾아 나서는 길은 긴 여행을 대신하여 호기심과 설렘을 부추겼다.
그곳은 경사가 없이 나무 덱으로 조성된 길고 아름다우며 쉬운 산책길. 산을 메운 소나무 사이로 비치는 빛의 향연장. 서로 양보하며 걷는 숲. 잠시 쉬어 가며 나누는 간식. 간간이 나누는 역사 이야기. 상하고 어지러운 폐와 머릿속으로 생명과 산소를 들이고 걷는 곳. 도착지에 닿아도 더 걷고 싶음은 무슨 까닭인가.`
우리는 목적지인 '용마산 스카이 워크'에서 서울 도심을 바라보며 수많은 빌딩의 숲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멀리서 짐작해 보기도 한다. 그리고 조선 공직자로 이름을 낸 서거정(사가정)님이 궁금해진다.
임시로 개방되었다는 스카이 워크에서 멀리 바라다보이는 불암산 수락산 자락을 짐작해 본다. 아마 봉화산도 있을 게다.
발밑으로 조성된 자작나무 군락과 당장 내려가 길게 누워 하늘을 바라보며 쉼을 갖고 싶은 평상에 다가올 봄을 생각한다. 2박3일의 러시아 기차 여행 중에 만난다는 이름 모를 여행지의 자작나무 숲을 떠올린다. 숲을 하얗게 물들이는 자작나무는 내게 늘 동경의 대상이 된다. 아마 '이르쿠츠크'라던가? 어느 날 캘리포니아의 호수를 바라보며 걷다가 나를 반겨주던 자작나무. 원주를 찾아가 눈 속에서 만난 그 신령하기까지 한 자작나무가 세월과 함께 또 하나의 큰 숲을 이루길 바란다.
생명의 숲. 치유의 숲. 문화 예술인 묘소 길. 그리고 초보자 코스로 나뉘어 있는 팻말을 기웃거리며 다 걷지 못하는 아쉬움을 담아 셔터를 누른다.
사진 속 인물들이 웃고 있다. 사진에 담긴 소나무 숲이 여전히 푸르름으로 희망을 보낸다. 잠시 올려다본 하늘은 높다. 도무지 부정의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숲을 찾는 이유다. 내가.
용마산 자락의 스토리를 듣고 내려오는 길에 우리는 방향을 '망우 역사 문화공원'으로 향했다.
조금 더 일찍 하산하려는 의도로 걸음을 떼었으나 하산길 내내 놀람과 감사를 멈출 수 없었다.
조선의 태조께서 무학대사와 함께 지나시다 만나신 망우리' 고개에서 '걱정을, 근심을 잊을 수 있는 곳"이라 말 한 후 그곳은 일제 강점기에 망우리 공동묘지로 조성되었고 그 후 해방과 한국 전쟁. 대한민국의 산업화 시기를 거치며 많은 이의 이승과 저승을 잇는 곳으로 활용되다가 더 이상의 묘지 공간이 없게 되자 1973년 공동묘지로서의 구실은 끝이 나고 1998년 망우리 공원으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그리고 2022년에 '망우 역사 문화공원'으로 새롭게 출발하였다.
다시 찾으러 오리라 결심한 그곳에 우리의 애국지사와 문화 예술인들이 묻혀 계심이 놀람으로 다가왔다. 한용운·방정환·오세창·박인환·김영랑 등 55명의 역사적 인물이 서울 하늘 이래서 함께 존재한다는 사실이 감격적이기까지 하였다. 그분들의 시비와 글을 만나자 떨어지며 지는 해가 아쉽기만 하였다.
소녀 시절, 우리가 열광했던 고 차중락 님의 '낙엽따라 가버린 사랑'을 누군가의 선창으로 띄엄띄엄 걸으며 이어갔다. 그곳에 하늘 속 그분도 함께 있었다. 우리는 오늘의 낙엽을 밟으며 오래전 추억의 길로 행복하고 즐거운 여행을 다녀왔다. '너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