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우니까 사람이다.

by 김인영


명절이다.

탁상 달력은 붉은 색으로 긴 연휴를 알리고 있다.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던 가족들이 만나 단란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날, 우리 민족이 손꼽아 기다리는 시간이다.

하지만 저마다의 사정으로, 만남의 기쁨에 들뜨고 행복해야 할 이 시기에 오히려 더 외로워지는 이들도 있다.

명절을 힘들어하는 며느리들의 ‘명절 증후군’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특히 1인 가구의 고령층이나 독거노인 보호시설에 거주하는 어르신들은 경로당과 무료급식소가 문을 닫고 방문객마저 줄어들어, 명절이 오히려 더 쓸쓸한 날이 된다고 한다.

어디 그들뿐이겠는가. 고향이 있어도 가지 못하고,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어도 볼 수 없는 이들. 그리움과 회한이 평소보다 더 짙게 밀려오는 시간일 것이다.


사실 명절이 아니어도 우리는 문득문득 외로움과 마주하며 살아간다.

나는 최근 정호승 시인이 「수선화에게」를 쓰게 된 배경을 접했다. 당시 마흔여덟이었던 시인에게 한 친구가 찾아와 아내에게서도, 자식에게서도, 친구에게서도, 직장에서도 외로워 죽겠다고 하소연했다고 한다. 시인은 “나도 외롭다”고 말하며, 쉰을 앞둔 나이에 외로움에 끌려다니느냐고 나무랐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그 말을 하고 돌아오는 길, 오래 생각한 끝에 탄생한 시가 바로 「수선화에게」였다.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그리고 시인은 덧붙인다.

“하나님도 가끔은 외로워 눈물을 흘리신다.”

밥을 먹는 것처럼, 죽음이 인간에게 필연이듯, 외로움 또한 피할 수 없는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러니 왜 외로운지 묻기보다, 외로움을 이해하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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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은 점점 윤택해지고, 도시의 밤은 화려한 불빛으로 가득하지만, 그 속에서 외로운 이들은 여전히 많다. 어쩌면 외로움은 인간이기에 감당해야 할 숙명인지도 모른다. 죽음처럼 받아들여야 할 또 하나의 운명 말이다.


그러나 외로움은 혼자 있을 때만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사랑받고, 사랑을 나눌 때조차도 우리는 문득 그 바람을 느낀다. 그럼에도 시인은 말한다. 우리가 서로 사랑하고 사랑을 나눌 때, 외로움의 차가운 바람을 조금은 피해 갈 수 있다고.


부모의 사랑 속에서, 자녀의 보살핌 속에서, 친구와 종교와 취미와 자연 속에서 우리는 사랑을 확인하고 또 나누며 살아간다. 그렇게 할 때 우리는 운명 같은 외로움의 터널을 지나, 밥을 먹듯 자연스럽게 삶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본질은 받아들이는 데 있다고 했다.

부디 이번 명절, 외로움 속에 있는 이들도 수용의 자리에서 스스로를 다독이며 잠시라도 환하게 웃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우리 또한, 누군가의 외로움을 덜어주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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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산여신 김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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