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마시기’라는 제목의 수필을 접했다. 해가 드는 창가에 빈 잔을 놓았다가 담긴 햇빛을 마시며 하늘이 우리에게 준 선물에 감사하고 마신 햇빛이 내 몸속에서 새로운 에너지가 되어 밝고 긍정적인 삶의 태도를 갖게 되기를 바라는 내용이었다. 신선한 작가의 발상이 마음에 닿아 몇 부를 복사하고 마트에서 마음에 드는 투명한 잔을 구했다. 복사한 글을 곱게 말아 테이프를 부친 후 다시 유리잔에 넣었다. 조금 일찍 약속 장소에 도착하여 일렬로 구석에 세워 놓고 친구들을 기다리려니 괜히 마음이 설렌다. 그들도 나처럼 기뻐할까? 아님 너무 약소한 선물인가? 친구들이 나의 속뜻을 헤아려 줄 것 같기도 했다. 수다의 장이 끝난 후 헤어지기 전 내가 전한 예기치 못한 선물로 실내는 약간 소란스러웠고 모두 감사를 내게 표하며 기뻐했다.
미처 전해주지 못한 친구의 것을 자동차에 실으며 비어있는 컵을 바라보았다.
하나의 컵이 이 자리에 있기까지 과정을 짐작해본다. 여러 가지 재료가 함께 섞이었을 것이고 1300도가 넘는 고온을 견디었을 것이다. 그 후 뜨거운 채로 틀에 부어져 얼마간의 시간을 보내었으리라. 그리곤 여러 과정과 사람을 거쳐 상점 진열대에 놓였다가 누군가의 손에 들려 용도에 맞게 사용될 것이다.
나를 생각해본다. 묵묵히 어려움을 딛고 일어나 인생의 아픔과 기쁨을 담고 자리를 지키며 누군가의 기쁨으로 태어나는 작고 긴 한잔의 유리잔만큼이나 살아가고 있는가? 과연 나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맑고 투명한 유리잔을 다시 바라본다.
햇빛 마시기의 작가처럼 내년에는 유리잔 하나를 창밖에 놓고 게으름 때문에 매일은 못 마시더라도 규칙적으로 햇빛을 들이켜리라 다짐한다. 생각해보면 얼마나 귀한 손님이던가? 한 점 태양이 이 지구까지 오는 거리가 아니 지구에서 인간이 걸어서 간다면 4270년이 걸린다나.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곳에서 나를 만나러 오시는 분이니 감격과 죄송스러움에 몸 둘 바를 모르겠다. 그분이 오늘도 내일도 잊지 않고 나를 찾아 베푸는 은혜라니 가슴이 벅차오른다.
햇빛이 이 세상 누구에게나 자신을 내어주며 공평하게 나눔을 준다는 것도 갑자기 경이롭다.
한 잔의 햇빛 차를 마실 때 속에 있는 찌꺼기를 토해내고, 내 안에 있을 가능성을 다시 발견하게 될 것 같다. 왠지 더 너그러워질 것 같다. 그가 멀리서 나를 찾아 주는 성의를 생각하면 인내하지 못할 것이 무언가 말이다.
나도 햇빛 차를 마시면 그 밝음의 에너지로 어두움을 밀어내어 행복할 것 같다. 그 강한 열기로 떠나 있던 열정에 불을 지필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많이 감동하고 많이 나누고 더 더 사랑하는 날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