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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안 Mar 07. 2023

이렇게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그 옛날 아버지의 말처럼 건강한 몸이면 무엇이든 해야죠.

이제 내 아들과 함께 살기 위해서 방법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내가 직접 돈을 벌어 가정을 지켜야 했습니다. 남편이 무언갈 할 사람으론 안보이니 말입니다.

불쌍하게 사는 내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것은 나뿐이란 사실을 매일 아침 되새깁니다.

태어나 편할 날이 없던 가엾은 내 작은 아이도 다른 아이들처럼 살아야 할 것이니까요.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날 불쌍하게 보는듯한 시선들은 나 자신이 만든 시선이었습니다.

그 사실을 깨기란 쉽지 않았지만 아이를 보며 용기를 조금씩 내기 시작했습니다.

이혼을 여러 번 요구하긴 했지만 남편은 나의 단순한 투정정도로만 여겼고,

배운 것 없는 똑똑하지 못한 나는 변호사 없이는 이 결혼생활을 끝낼 수 없다고만 생각했습니다.

시댁에서 염치없이 생활비를 받는 것도 싫습니다.


일을 하기 위해선 아이의 어린이집을 먼저 알아봐야 했습니다.

우리 아기는 분노발작이라는 증세가 있었습니다. 울음소리도 내지 못하고 숨도 못 쉴 만큼 큰 울음이 터지면 얼굴이 새파랗게 변하면서 1~2초간 기절을 합니다. 그런 뒤 혹. 혹. 혹 빠른 숨을 내쉬며 흐느끼며 깨어납니다. 이런 증세가 나올 때면 여러 번 경험을 한 엄마인 나도 놀라긴 마찬가지입니다.

지병은 아니지만 아이가 성장을 하면서 증세는 완화되고 횟수도 줄어드며 5세 이후부터 증세가 나타나지 않게됩니다. 이런 이유로 어린이집을 가긴 쉽지 않았습니다. 여러 곳에 문의를 드리고 소아과 소견서와 서약서까지 작성을 하며 어렵게 어린이집을 구하게 됐습니다. 3주간의 적응기를 끝내고 아침마다 울긴 하지만 저는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으러 갑니다.


아이가 9개월 무렵 저는 취직을 할 수 있었습니다.

면접을 보던 날. 날 알아보는 이가 있을까 두렵긴 했지만 용기 내어 회사를 방문했습니다. 사장님도 좋아 보이시고 회사의 분위기도 나빠보이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아무도 날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 가장 기뻤던 것 같습니다. 내가 나를 가둔 창살을 거둬내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토요일까지 근무를 하긴 했지만 돈을 벌 수 있단 사실만으로 벅차오릅니다.

이제는 눈치 보며 시댁에 손 벌리지 않아도 내 돈으로 아이의 분유를 살 수도 있습니다. 월급날에는 아이와 외식도 할 수 있을 테니 이 얼마나 기쁜 일입니까.


보잘것없는 나를 채용해 준 사장님께 감사함을 느끼며 성실히 근무했습니다.

선임의 텃세가 있긴 했지만 그런 것쯤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지난날의 나의 힘든 삶이 '다치거나 죽지 않았으면 별일 아니다.' 하며 툴툴 털만큼 덤덤한 성격을 보유하게도 만들어 주었나 봅니다. 내 아들 하나 잘 먹여 살리잔 생각이 불성실하던 나에게 성실함을 만들어 주었고 아들에게 떳떳한 엄마가 되기 위해 실수 없이 잘 해내려는 책임감도 장착하게 해 주었습니다.

나는 아이를 키우면서 함께 성장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나를 이렇게 키워준 나의 삶이 한편으론 감사하며 나의 아들에게 감사하며 아무 일 없이 하루를 보낸 그냥 보통들의 날을 감사하며 나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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