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소원, 온전한 내 방을 갖고 싶었다.
온전한 내 공간을 갖고 싶었다.
주방과 거실을 난민처럼 전전하던 내게 드디어 방이 생겼다.
딸과 아들이 독립을 하면서 생긴 방에 남편과 나는 하나씩 방을 차지하고
각자의 공간을 만들었다.
결혼하고 줄곧 내 공간이 없었던 터라 내 방이 생기니 애들이 떠났다는 아쉬움도 잠시
내 공간이 생겼다는 기쁨이 몰려왔다. 유튜브에서 원룸 꾸미는 영상을 시간 날 때마다 들여다봤다.
아직 내가 꿈꾸는 공간을 만들지는 못했다. 살면서 하나씩 바꿔갈 생각이다.
오늘 수업 끝나고 도서관 자료실에서 몇 권의 책을 보다가
<나의 작은 집>이라는 책을 발견했다.
여러 사람이 살았던 집이지만 지금은 비어있는 집에 한 아가씨가 찾아온다.
걸레질하고 사포로 다듬고 왁스칠 하면서 낡고 작은, 오래된 집은 사람 향기 가득한 공간으로 변신한다.
사실 특별한 것 없는 그림책이었지만
도서관 테이블에 앉아 안경을 벗고 오래도록 그림을 살펴보며 행복해했다.
"그래 결정했어. 이번 11월은 내 방을 내 색깔로 꾸미자."
하지만 집에 와서 내 방을 보니 아까의 결심이 물거품처럼 사라지려고 했다. 어디서부터 바꾼단 말인가! 책상에 앉아 낙서를 하다가 우선 정리를 해야겠다고 쓰고 있는 나를 만났다. 옷도 안 입는 것 정리하고 서랍장에 넣어둔 문구류도 과감히 버리는 것부터 시작해야겠다. 11월은 일단 정리다.
책을 읽고 무언가 결심하고 계획을 세운다는 게 놀랍다. 나에게 자극을 준 김선진 작가님의 <나의 작은 집> 하여, 멋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