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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희 책여울 Nov 06. 2023

엄마와의 시간들

보고 있어도 그리운 이름, 엄마

텅 빈 들판이 내 마음을 쓸쓸하게 만든 걸까? 문득 엄마 생각에 빠졌다. 2020년부터 엄마는 이유 없이 살이 빠지고 무엇 하나 제대로 행동하지 못하셨다. 고집도 세지고 금방 했던 일들을 처음 듣는 양 낯설어하셨다. 그렇게 벌써 4년이 지났다. 하나밖에 없는 딸, 매일 일만 부려 먹다 시집보냈다며 엄마는 나에게 늘 미안해하셨다.


사실 나에겐 엄마에 대한 이중 감정이 있었다. 엄마를 이해하면서도 나에게 모든 감정을 쏟아붓는 엄마가 싫었다. 하지만 나도 가정을 이루고 엄마가 되고 보니 엄마의 그때 심정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엄마는 내가 편했던 거다.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내게 화를 내도 될 거라고 생각하셨을지 모르겠다. 어디에도 자신의 처지를 토해낼 곳 없으니 만만한 나에게 그러셨지 싶다. 


결혼을 하고 무척 바쁜 나날을 보내며 엄마와의 관계가 오히려 더 다정해졌다. 엄마는 한결 여유로워지셨고 나도 너그러워졌고 서로에게 짐을 주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엄마는 내게 그동안의 미안함을 갖은 방법으로 갚으려 하셨다. 그렇게까지 안 하셔도 난 이미 엄마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사랑하는데도 말이다. 엄마와 딸로 만난 우리는 다행히 특별한 시간을 많이 보냈다. 


엄마 생신 때 외가 식구들 초대해서 잔치를 열었다.


팔십 후반을 살고 계신 엄마와는 이제 통화도 힘들다. 5초 전에 했던 이야기를 무한반복 이야기 해야 하니 슬프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다. 하지만 내 어린 시절 이야기는 할수록 또렷하게 기억하신다. 지금도 엄마랑 간신히 전화를 끊었다. 물어본 얘기를 수십 번 반복하다 전화를 끊었다. 세상 멋쟁이였던 우리 엄마. 아프시고 옷을 살 기회가 없었다. 요번에 뵈면 따뜻한 겨울 옷 사드리고 싶다.

 "엄마를 사랑합니다. 지금처럼 우리 곁에 계셔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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