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있어도 그리운 이름, 엄마
텅 빈 들판이 내 마음을 쓸쓸하게 만든 걸까? 문득 엄마 생각에 빠졌다. 2020년부터 엄마는 이유 없이 살이 빠지고 무엇 하나 제대로 행동하지 못하셨다. 고집도 세지고 금방 했던 일들을 처음 듣는 양 낯설어하셨다. 그렇게 벌써 4년이 지났다. 하나밖에 없는 딸, 매일 일만 부려 먹다 시집보냈다며 엄마는 나에게 늘 미안해하셨다.
사실 나에겐 엄마에 대한 이중 감정이 있었다. 엄마를 이해하면서도 나에게 모든 감정을 쏟아붓는 엄마가 싫었다. 하지만 나도 가정을 이루고 엄마가 되고 보니 엄마의 그때 심정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엄마는 내가 편했던 거다.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내게 화를 내도 될 거라고 생각하셨을지 모르겠다. 어디에도 자신의 처지를 토해낼 곳 없으니 만만한 나에게 그러셨지 싶다.
결혼을 하고 무척 바쁜 나날을 보내며 엄마와의 관계가 오히려 더 다정해졌다. 엄마는 한결 여유로워지셨고 나도 너그러워졌고 서로에게 짐을 주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엄마는 내게 그동안의 미안함을 갖은 방법으로 갚으려 하셨다. 그렇게까지 안 하셔도 난 이미 엄마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사랑하는데도 말이다. 엄마와 딸로 만난 우리는 다행히 특별한 시간을 많이 보냈다.
팔십 후반을 살고 계신 엄마와는 이제 통화도 힘들다. 5초 전에 했던 이야기를 무한반복 이야기 해야 하니 슬프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다. 하지만 내 어린 시절 이야기는 할수록 또렷하게 기억하신다. 지금도 엄마랑 간신히 전화를 끊었다. 물어본 얘기를 수십 번 반복하다 전화를 끊었다. 세상 멋쟁이였던 우리 엄마. 아프시고 옷을 살 기회가 없었다. 요번에 뵈면 따뜻한 겨울 옷 사드리고 싶다.
"엄마를 사랑합니다. 지금처럼 우리 곁에 계셔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