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선정 작품)
우리가 화가 나서 꽃 피는 시기가 당겨지고 있어, 줌인하면
얼굴들이
만만한 표정으로
둥근 원룸으로 모여들고 있어
고백하자면 둥근 것들은 원만하지 않아
전면적으로 만난 적이 없으니까
꽃몽우리처럼 앞뒤가 없으니까
불꽃 튀는 순간을
들키고 싶지 않은 울퉁불퉁한 마음을
영원히 감추고 싶은 동근 달은
뒷모습을 절대로 보여주지 않아
살살 눈웃음을 치며 맴돌지만
시선 처리가 소실점에서 마주치니까
눈싸움은 쉽게 끝나지 않지
극과 극의 표정을 동시에 가진 지구와는 구력부터 달라
겉으론 보이지 않는 탯줄 같은
시선을 잡아 당겨
벌개진 얼굴로
구심력이니 원심력이니 팽팽하게 맞서
끝까지
주장을 펼치니까 지구력이라 불러
까도 까도
공처럼 굴러가는 웃음소리야
공전에 없던 기록이야
배꼽을 중심으로 팽창하는
아이부터
쪼그라든 노인까지
원룸에서 원룸으로 줌아웃하면
우리는 죽어도 둥근 것을 떠나지 못해
한 줌의 중력을 퍼다
둥글게 부풀어 오른 반죽 속에서
사람을 빚고 사람을 묻고
눈알을 굴리며
둥글게 살아보자 하지만
부드럽고 동그란 말들은 앞뒤를 알 수 없어
같은 걸 바라봐도
왼쪽 눈과 오른쪽 눈은 시력이 달라
동그라미 하나 차이로
차원이 달라지는 오십 원과 오백 원으로
소원 탑을 쌓는 원탁토론에서
우리는 갈수록 멀어지고
갈 데까지 간 지구력은
구멍이 나고
우리가 손을 놓아버려,
꽃의 대폭발 시기가 당겨지고 있지만,
오늘의 원격회의는
이쯤에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