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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영욱 Sep 20. 2023

모래의 마녀, 샌드위치

(2023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선정 작품)


그녀의 몸에는

슬픔의 삼각형이 세 개 

 

양은쟁반 위에는 

녹슨 나침바늘과 가짜 다이아몬드 

 

트렁크 속에 담긴 기하학적 기억들과 함께  

모래시계를 뒤집는다 


사팔뜨기의 눈에 

비치는 그녀의 핸드백 

 

불경기에 어울리지 않는 

주문을 하면 

 

사각의 링 위로 

포크와 나이프가 쏟아진다 

 

도넛과 베이글 사이 

튜브와 물결 사이 

 

뼈에 붙은 살집을 뜯어먹는 

앙상한 손가락 

 

그녀의 몸에는 

황홀한 동그라미가 아홉 개 

 

배꼽 옆에는 

어제보다 모래가 많은 사장 

 

불타는 혀로 

태양을 굽는다 

 

휘파람과 오지랖 사이

바람과 요트 사이

 

하루 종일 

쳐대는 

주먹들의 린치 

 

피크닉 하면 떠오르는 기억의 원형들과 함께  

모래밭을 뒤집는다 


뭉게구름의 높이에서

위치는 그녀의 샌드백 

 

사이즈에 어울리지 않는 

주문을 하면 

 

빵과 빵 사이 

골고루 

속 터지는 샌드위치 

 

그녀의 몸에는 

집어 삼킨 인형 눈깔이 백 개 

 

입 안 가득 

모래의 재가 씹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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