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선정 작품)
반찬을 집는 젓가락질이 노련한 식탁 위에서
요리조리 풀밭 위를 달리는 공격의 기술을 선보인다
움직이는 것은 둥근가, 움직이지 않는 것은 반칙인가,
마주 앉은 선수들이 눈싸움을 한다
공을 바라보는 각도는 중재될 수 없다
서로에게 공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두 사람
핸들링한 손을 놓지 않는다
마구 잡은 단무지가 숟가락 위에 덤으로 얹힌다
옐로우 카드로 어떻게 화해가 되겠어요?
수비수의 입안에서 밥알이 튀어 나온다
머리통 좀 치워 봐요. 사각지대로 메추리알이 떨어진다
오프사이드, 어쨌든 지구는 둥그니까
허공으로 공이 굴러간다, 빠른 공수의 전환,
밥상머리에선 아무도 휘슬을 불지 않는다, 눈알을 굴린다
누가 봐도 무승부로 끝날 경기가 아니다
그런데 우린 같은 팀이 아닌가요?
태클을 건 장면인데 비디오판독 대신 선수교체가 있고
공을 따라잡는 젓가락질이 후반전으로 이어진다
골키퍼는 앞에 놓인 풀만을 뜯고, 고고,
막내의 입안으로 골인, 식탁이 들썩거린다
벌떡 일어선 홈그라운드의 두 선수가 손바닥을 마주친다
순식간에 굴러가는 것은 마음인가, 굴러가지 않는 것은 골인인가
서로 다른 주장 모두 킥킥, 아무도 예상치 못한 역전이다
어느 팀도 응원할 수 없는 경기보다 어려운 식사시간,
식탁 앞에서 눈치를 본다, 추가시간은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