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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영욱 Sep 20. 2023

랑게르한스섬의 일요일 오후

(2021년 시산맥 신인문학상 수상작)


인상파 말기입니다 


이자라고도 불리는

X번째 투시 그림입니다 


마이크로네시아의 산호초 같기도 하고 

썩은 과일의 씨앗 같기도 한 

폴립들이 

무성생식으로 번식하는 

여기 

이 섬이 랑게르한스죠 


달력에서 달아난 어느 일요일 오후


그림자에 

쫓기던 화가는 

내분비선에 실린

옛 애인의 검은 양산에 놀라 


맥박이 빨라지고 호흡이 가팔라지고 

흥건해진 손바닥으로 피하지방층을 가리려 했다지만


자율신경계의 교란이란 

단맛에 길들여진 원숭이의 눈썰미엔 

어쨌거나 달달한 포도당의 장난인데    


창녀의 웨딩드레스처럼 부푼 

유령해파리


촉수처럼 뾰족한 

바늘로 

찔러댄 

셀 수 없는 우점종들


보호색으로 가릴수록

빛에 빛을 더할수록 

도드라지는 그늘에서  


화가의 엉덩이가 

바나나처럼 짓무르고 있습니다


피사체의 해부학 시간,  


마취된 카메라 

동공이 풀어지고 있습니다  


십이지장에서 비장까지 

리아스해안선이 뒤집히고 있습니다 


복제하셨습니까? 

그럼, 캔버스에 사인해주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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