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시산맥 신인문학상 당선작)
언니들은 섬, 구름, 섬, 구름을 부르며 구름을 더 좋아했다
나는 발, 구름, 발, 구름을 굴리는 언니들이 더 좋아졌다
어느 구름에서 비가 내릴지 모르는 날에도 언니들이 웃는다
바다 끝까지 간 사내는 돌아올 힘을 남겨두지 않았다고 믿으며
섬, 구름, 섬, 구름처럼 들뜬 그녀들은 구름을 더 좋아했다
구름다리를 건너다닌 옛날을 떠올리며 빨래를 밟으며
나도 옛날에 어린애였단 건 믿을 수 없지만 믿음직한 언니들은 껌을 씹는다
어느 호주머니에서 한숨이 빠져나올지 모르는 아주머니처럼
풍선껌을 부풀리다 손톱으로 터뜨린다
해바라기 보다 키 큰 바지랑대 사이로 몰려다니는 먼지들
그 사이로 마르는 빨래들, 언니들은 마르지 않고
네 시가 되면 어째서 이 빠진 접시 같은 기분에 젖는지
접시꽃과 헷갈리는 꽃 이름이 떠오르지 않을수록
그녀들은 구름을 더 좋아했다
빨래가 젖는다 비옷이 없는데도 언니들은 더 이상 젖지를 않고
비 맞은 비웃음은 쓰지만 쓴 웃음은 소리가 없는데
실소로 번지면 황혼이 올까? 황혼은 종기보다 더 잘 터질까?
그녀들이 웃는다 요실금 터진 할머니처럼 찔끔찔끔 웃는다
어느 그림자가 먼저 추락할지 모르는 초저녁
헤프게 웃던 언니들은 나팔꽃처럼 축 처진 외줄을 타고,
구름, 빵, 구름, 빵, 노래하다 사라진 그녀들은 언제나 빵이 더 필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