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시산맥 신인문학상 수상작)
엄마는 빨간약을 아까징끼라고 말했다
초경을 하지 않은 계집애들과 몽정 없는 사내애들이
숨바꼭질하던 무싯날,
하날 때, 두알 때, 사마중 날 때,
껌 씹는 언니들이 육낭거지 팔 때,
술래의 딸꾹질이 때 맞춰 날 때,
고드래뽕이라며 한 마장쯤 내달리다
도깨비고비에서 넉장거리로 무너지던 저물녘
아카시아 단내가 이마를 스쳐올 때,
물음표를 떼어내며 첫사랑에 눈뜨던 초여름은
웅덩이마다 도롱뇽이 슬어놓은 알알이 몽글몽글해
무덤 많은 논틀밭틀로 질러가던 내 발소리에 놀라
오줌 지리고 돌아온 밤
담 없는 그 집에선 숨길 수 없는 게 너무나 많아
잉큼잉큼 뛰는 아랫배도 숨길 수 없어
너른 변두리로 쏘다닐 즈음
더 이상 감출 수 없어
아까징끼로 가슴팍을 문대던 엄마
아가씨야 가시에 찔렸다며 말더듬던 내 동생
딸꾹질이 뚝 멈췄을 때,
질겅질겅 씹던 껌을 삼켜버린 무싯날은
내 몸에서도 아가씨 꽃 지린내 나던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