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에 대한 불신, 마음의 감기, 새로운 경험, 현실 부정
약을 꾸준히 먹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솔직히 제대로 먹지 않았다.
사실 처방만 받고 먹기 싫었다.
" 내가 왜 굳이 이런 약을 먹어야 하지?"
" 내가 이렇게 나약하고 약물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사람인가?"
" 나중에 이직할 때 문제가 되면 어쩌지?"
" 남들이 선입견을 갖게 되면 어쩌지?"
병원 진료 전, 대기실에 있을 때
나는 항상 마스크를 쓰고 갔다.
혹시라도 누가 알아볼까 봐 힐끔힐끔 옆사람을 쳐다보면서
고개를 푹 숙이고 내 순서가 될 때까지
막연하게 핸드폰만 두들긴다.
원래 신경과 원장님들은 무뚝뚝하나?
정말 간단한 질문들만 하고
바로 약처방을 해준다
" 3주 후에 오세요."
나는 이렇게 심각한데 고작 몇 분만 면담하고
바로 약 처방..
약값도 싸지도 않다.
" 아 내가 지금 약을 먹을 정도로 많이 힘들구나."
진통제 마냥 약 효과가 바로 나타나면 좋겠다.
하지만 꾸준히 먹지 않으면 약은 효과가 없을 것이고
진료받을 때 제대로 된 치료를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걱정과 염려 속에서 혼란을 느끼며
잠이 든다.
" 오늘 하루도 어떻게 버텼지?
다행이다. 극단적인 생각을 하지 않고
오늘 하루 잘 버텼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