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며칠 전 알려드리고 걱정 말라고 했었는데 기억에 없는 것 같았다. 더구나 주변 사람들이 이르는 차에 더욱 불안하셨던 모양이었다.
요즘따라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전세금을 떼먹고 나 몰라라 하는 임대주를 만난다면 어쩌겠는가?
경매와 공매 안내문과 함께 서류를 내라 하면 얼마나 불안할까?
꼼짝없이 당해야 하는 세입자들의 피곤함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를 일이다.
수차례 통보되는 등기우편에도 신경을 써야 하고 자산관리공사며 법원까지 쫓아다니는 일도 감수해야 한다. 전세금도 반환받을 수 있을지 모르는 암울한 때에 쉽지 않은 임차권 등기까지 해야 한다. 더구나 만만치 않은 수수료까지 감수해야 한다. 더구나 민사까지 해야 한다면 앞길이 까마득한 상황이었다.
"할머니! 임차권등기 제가 할 테니 걱정 마세요."
"......."
할머니는 피곤해 보이기도 했지만 흐느끼시는 것 같았다. 포근하게 안아 드렸다. 거칠게 뼈만 남은 그녀의 어깨에 어둠보다 짙은 삶의 무게라는 게 얹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