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탐정 권두칠
콘크리트 지하실.
박형섭의 그림자가 사라진 뒤, 방 안은 숨소리조차 얼어붙었다.
플립 차트 앞에 선 권두칠은 조용히 속삭였다.
“유나야… 아직 거기 있니?”
그 순간, 벽 틈 어딘가에서 희미한 소리가 들려왔다.
“아저씨… 문을… 찾았어요.”
그는 사방 벽을 두드렸다.
그러다 한 벽면에서, ‘공기 흐름’이 다르다는 걸 느꼈다.
페인트가 벗겨진 벽 틈, 희미하게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바람은 안쪽으로만 흐른다.”
두칠은 망치 대신 손전등을 벽에 강하게 내리쳤다.
쾅!
쾅!
마침내 벽이 ‘퍽’ 하고 갈라지며 틈이 생겼다.
그 안에는 작은 철문이 숨겨져 있었다.
손잡이는 부서졌고, 키패드에는 암호 네 자리가 필요했다.
그는 수첩을 꺼냈다.
장명호의 수첩, 백진태의 기록, 송하윤의 청첩장…
그리고 그 모든 기록에서 자주 등장한 숫자 하나.
2912
두칠은 키패드에 숫자를 눌렀다.
삐—
“정상 접근입니다.”
문이 열렸다.
철문 뒤는 매우 좁았다.
그리고 그 끝에, 작고 낡은 병원 침대 하나.
그 위에 신유나가 앉아 있었다.
말라 있고, 옷은 해졌지만,
눈은 또렷했고 입술은 떨렸다.
“정말… 진짜 사람이에요?”
권두칠은 무릎을 꿇고 대답했다.
“그래. 난 널 찾으러 왔다.
늦었지만… 꼭 데려갈 거야.”
그 순간, 천장에서 ‘쾅!’ 하는 굉음.
천장이 갈라지고, 진동이 퍼졌다.
“안 돼요! 또 와요! 그 사람… 아니, 그 그림자!”
유나가 눈을 감고 외쳤다.
그녀의 주변에 하얀 기운이 일며 벽에 무늬가 떠올랐다. 유나가 그린 그림이었다.
“문이 열리는 길.”
그림 속에는 거대한 문과,
그 앞에 선 두 명의 사람 그림자.
하나는 모자를 쓴 할아버지.
다른 하나는 눈이 없는 사람.
“그림 안이… 문이에요.
그 그림으로 들어가면… 여기서 나갈 수 있어요.”
두칠은 아이를 안아 들고, 그림 앞으로 다가갔다.
그림 속 문이, 현실처럼 흔들렸다.
그리고 그림 속의 두 인물 중 ‘눈이 없는 사람’이,
천천히 그들을 향해 걸어오기 시작했다.
“유나야, 눈 감아. 절대 소리 내지 마.”
그림자가 가까워질수록 공간은 어두워졌고,
두칠은 문에 손을 댔다.
“이 문… 네가 그린 거지?”
“…네.”
“그러면… 이 문, 너만이 열 수 있어.”
유나가 손을 뻗었다.
그 순간, 그림 문이 빛으로 열렸다.
두칠은 아이를 안고 그림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 순간, 등 뒤에서
그림자가 두칠의 옷깃을 붙잡았다.
“넌 아직… 죽은 게 아니야…
그러니까 나랑… 같이 있어야지…”
두칠은 고개를 돌려 말했다.
“난 죽은 적 없다.
기억이 죽었을 뿐이지.”
그리고 손전등을 그림자에게 내리쳤다.
그림자는 피하지 못했고, 빛에 휩싸이며 사라졌다.
그와 유나는
빛을 지나, 다시 세상으로 돌아왔다.
지하실 문이 열렸고,
오랜 침묵 속에서,
지상으로 향하는 바람이 다시 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