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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 닫히지 않는 문

귀신탐정 권두칠

그날 밤, 권두칠은 꿈을 꾸었다.
한 병원 복도를 걷고 있었다.
복도는 빛이 없고, 발자국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등 뒤에는 계속해서 물기 어린 발자국이 하나씩 새겨지고 있었다.

끝없는 복도.
끝없는 침묵.

그러다, 벽 하나에 커다란 문이 생겼다.
문에는 낙서처럼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닫지 마세요. 아직 나가지 못했어요.”

아침.
유나의 병실.

그녀는 평온해 보였다.
하지만 침대 옆 탁자 위에,
분홍색 크레파스로 그린 그림 하나가 있었다.

‘병원 복도와 닫히지 않는 문’
그리고 그 문 아래, 눈이 없는 얼굴이 웃고 있었다.

“유나야, 이거… 네가 그린 거니?”

“아니에요.
그 언니가 그렸어요.”

“… 언니?”

“밤마다 문 앞에 서 있는 언니요.
무섭진 않아요. 그냥… 열어달래요.”

권두칠은 병원 CCTV를 다시 확인했다.
지난 3일간의 기록.
그중, 매일 새벽 3시 정각.
유나 병실 문 앞에 소녀 하나가 서 있었다.

병원복을 입고 있었지만, 얼굴은 그림처럼 희미했고,
한쪽 눈이 없었다.

“유나 사건은 끝난 줄 알았지…
아니야. 누군가 ‘같이 있었던 아이’가 아직… 못 나온 거야.”

권두칠은 병원 기록실을 뒤졌다.
유나가 실종되던 날, 같은 날 입원한 환자 명단.
그중 한 명의 기록이 눈에 띄었다.

이하연 / 7세 / 교통사고 / 중퇴원 처리
상태: 의식불명 → 실종 처리 → 내부 누락

“누락…? 병원에서 아이가 실종됐는데도 기록을 지웠다고?”

두칠은 즉시 지하 기록보관소로 향했다.
그곳은 더 이상 쓰이지 않는, 오래된 문서들이 쌓인 곳.

철문을 열자마자, 그는 발을 멈췄다.
복도 바닥에 어린아이의 맨발 발자국이 촉촉하게 찍혀 있었다.
발자국은 한 문서 창고 문 앞에서 멈췄고,
문은 아주 살짝 열려 있었다.

그는 손전등을 켜고 문 안을 비췄다.

문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다만, 벽에 큼지막한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이하연은 아직 여기 있다.”

그리고 문이…
“쿵” 하고 혼자서 닫혔다.

두칠은 문 손잡이를 붙잡았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그때, 안쪽에서 ‘톡톡’ 두드리는 소리.

그리고, 소녀의 목소리.

“아저씨… 문을 닫지 말아 주세요…
제가 나가야 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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