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21화. 눈이 없는 소녀

귀신탐정 권두칠

지하 기록실 문이 닫힌 이후,
권두칠은 혼자 어둠 속에 남겨졌다.
그러나 그는 당황하지 않았다.

“여기서… 널 만나야 했지.”

그는 가방에서 오래된 녹음기를 꺼냈다.
유나의 병실에서 나왔던 기이한 속삭임.
그 속엔 또 다른 목소리가 겹쳐 있었다.

“나… 있잖아요…
나도 있었어요…
근데… 왜 아무도 기억 안 해요…?”

벽면에 손을 대고 천천히 돌던 중,
그는 한쪽 벽의 손바닥 자국을 발견했다.
어린아이의 손이, 수십 번 쓸어내린 흔적이었다.

그때였다.
그의 뒤에서 갑자기 “툭” 소리와 함께
하얀 무언가가 떨어졌다.


사람 눈.
단 하나, 땅 위에.

그 순간,
벽이 흔들리며,
그 앞에 하얀 병원복을 입은 소녀가 나타났다.

그녀는 땅을 보며 속삭였다.

“저는… 눈이 하나였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싫어했어요.”

두칠은 소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한쪽 눈은 텅 비어 있었고,
다른 한쪽은 부서진 유리처럼 깨져 있었다.

“너는… 하연이구나.”

소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더듬더듬 그에게 다가왔다.

“저를… 병원에서 지웠어요.
기록도, 이름도, 사진도…
유나가 없어졌을 때, 저도 같이 있었어요.”

두칠은 벽에서 떨어진 조각 하나를 꺼냈다.
뒤에는 사진이 끼워져 있었다.
병원 놀이방 아이들 단체사진.

맨 끝 구석.
누군가 형체만 흐릿한 아이 하나가 서 있었다.

누구도 시선을 주지 않고,
사진에서도 이름이 지워져 있었다.

“이 아이는…
귀신이 된 게 아니라,
애초에 '사람 취급을 못 받았던' 거야.”

하연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유나는 기억해 줘요.
근데 다른 사람들은…
제 눈이 이상하다고 했어요.”

“그럼, 이제 뭘 원하니?”

소녀는 벽을 가리켰다.
거기엔 이런 글씨가 떠올라 있었다.

“기억은 귀신보다 잔인하다.”
“사라진 건 내가 아니에요. 당신들이에요.”

소녀는 문 쪽을 바라봤다.

“제가 나갈 수 있게… 그 문을…
열어줘요.
진짜로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20화. 닫히지 않는 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