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탐정 권두칠
이하연이 사라진 것으로 기록된 병실 4번.
권두칠은 병원 지하에서 하연의 귀신과 마주한 후,
그 병실의 진료기록을 요청했지만,
**“병실 4번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하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병원 설계도에는 분명히 ‘4번 병실’이 존재했다는 걸.
“그 병실은, 열리면 안 되는 문이었어요.”
병원 청소부 아주머니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누가 거기 들어가면… 며칠 지나지 않아 사라졌거든요.
하연이도 그랬어요. 아주 조용히 실려왔는데,
금방 사라졌어요.”
두칠은 야간 조용한 틈을 타
병실 3번과 5번 사이 벽을 손전등으로 비추었다.
벽면엔 희미하게 금이 가 있었고,
아주 작은 ‘열림 자국’이 남아 있었다.
그는 손으로 천천히 밀었다.
“쓱…” 하는 소리와 함께
가짜 벽이 뒤로 밀리며
좁은 복도와 문 하나가 나타났다.
그 위엔 낡은 철문패.
“병실 4번”
문 안은 생각보다 넓었다.
하지만 침대는 하나뿐.
그리고 천장에는 CCTV와 스피커.
책상 위에는 기록노트 하나가 놓여 있었다.
표지에는 누군가 연필로
**“하연이 기록”**이라고 적어놓았고,
그 아래 작고 가는 글씨가 덧붙여 있었다.
“보고하지 마세요.
듣는 것만 허용됩니다.”
노트 속에는 이런 글들이 빼곡했다.
「6일째. 하연은 말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벽을 본다. 매일 같은 자리에 손을 댄다.」
「12일째. 하연은 거울을 가리켰다.
자기가 거기 갇혀 있다고 한다.」
「20일째. 하연은 내가 아닌 누군가와 대화 중이다.
누군지는 들리지 않지만,
하연은 항상 말한다.
‘그 사람은 나를 기억해 줘요.’
그 순간,
책상 밑에서 뭔가 ‘뚝’ 하고 떨어졌다.
녹음기.
아주 오래된, 테이프 타입의 기기.
그가 재생 버튼을 눌렀다.�
“이 병실은 사라질 거예요.
제 기록도, 이름도, 다 지워질 거예요.
근데...
그 아저씨는 나를 기억할 거예요.
귀신이 되면, 그 아저씨는 꼭 찾아내요.”
두칠은 녹음기를 손에 쥔 채
병실 벽에 조용히 기대섰다.
벽 한편, 오래된 낙서.
“귀신이 된다는 건, 기억되는 일이다.”
그는 중얼거렸다.
“너를 귀신으로 만든 게 사람이라면,
그 사람도… 다시 찾아야겠군.”
그 순간, 병실 스피커에서
잡음과 함께 목소리가 나왔다.
“권두칠…
이제 네가 본 것들을…
다른 사람도 보게 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