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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등이 말했어요

엉뚱한 아이가 신나게 사는 별 - 5

by 바람비행기 윤기경

“안돼. 건너지 마!”

내 목소리와는 관계없이, 어린 요정이 등에 멘 가방은 큰 파도를 타듯 내달렸어요.


"끼익"


나는 급정거하는 차량 앞으로 뛰어들었어요.

“괜찮아? 그러게, 건너지 말라고 했잖아.”

다행히 아이는 다친 데가 없었어요.

나는 넘어진 아이를 일으켜 세웠어요. 그리고 옷을 털어 주었어요. 혹여나 다친 데가 없는지 샅샅이 뒤져 볼 겸 해서였어요.


진영이는 근처 아파트에서 살아요.

나는 그 아이의 등교 시간이 되면 더더욱 긴장해요.

말을 걸어도 잘 알아듣지 못하니까 그런 거죠.


오늘도 내가 분명 소리쳤는데 그런 거예요. 아무튼 오늘 같은 일은 없었으면 좋겠어요.

나는 전에 경찰서에 신고했던 내용을 들고 또 거기에 찾아갔어요.


“아, 그거 좀 기다리셔야 해요.”

“왜요?”

“예산 상 연말에 집행해야 하거든요.”

나는 조금 화가 치밀어 올랐어요.


평소 말이 없는 내가 잔뜩 욕을 할 뻔했죠. 나는 오늘도 아이가 깜빡거리기만 하는 신호등 때문에 크게 다칠 뻔했다고 목청을 돋웠죠. 하지만 다시 돌아온 말은 똑같았어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나는 결국 아이들 하교 시간에 맞춰 돌아와서 늘 그랬듯이 불을 밝혔어요.


“내가 파란불을 깜빡거릴 땐 꼭 조심하렴.”


하지만 오늘도 내 말을 알아듣는 아이를 찾기는 힘들었어요. 마침, 진영이가 친구들과 내 앞에 서 있었어요.

이 아이들을 위해 내 몸을 빨리 수술하겠다고 약속했는데 미안해졌어요.

다시 한번 경찰에 제출할 글을 썼어요.


- 친애하는 경찰 여러분! 아이들은 내가 언제부터 파란 불을 깜빡거리는지 모르고 있어요.

- 그래서 횡단보도를 건너는 중 빨간 불에 기절하는 애들도 있어요.

- 얼른 시계를 넣을 것을 간곡히 요구합니다. 학교 앞 신호등 씀.


끝에는 이런 말도 쓰고 싶었어요.

“아이들이 사라지면 안 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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